서울 서초동 대법원 및 대검찰청 위성사진
[뉴스21 통신=추현욱 ] 더불어민주당의 대법관 증원 추진에 법원행정처는 ‘서울 서초동에 대법원 청사를 신축해야 한다’고 주주했다.
대법관 1명당 평균 75평 규모 집무실과 부속실 등을 배정해야 한다며 신축 비용으로 1조4695억원을 책정했다.
당장 여당으로부터 “황당무계한 핑계”라는 비판을 자초하며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청사를 신축하지 않더라도 △법원조직법 개정 △법원행정처 등 이전 △대법원 청사 별관 신축 등을 통해 대법관 증원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법원조직법 개정은 대법원을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이다.
법원조직법 12조는 ‘대법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돼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를 근거로 “서울 내에 대법원 청사 신축 부지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직 고위 법조인은 “법원조직법의 소재지 조항을 개정해 세종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면 대법관 증원과 신축을 위한 막대한 토지 비용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입법부인 국회 세종 이전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최고법원인 대법원 이전을 함께 검토하자는 것이다. 국토의 중앙이라는 점도 상징성이 있다. 대법원 이전은 수도 이전 위헌 논란과도 무관하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자소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법원을 세종으로 옮겨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 청사에는 사법행정 업무를 맡는 법원행정처 조직이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 맡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을) 8명 이상 증원하면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하고, 1조4천억원 이상이 든다고 답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에서 사법행정 업무를 했던 법조인은 “대법원 청사를 함께 쓰는 법원행정처와 양형위원회를 사법연수원으로 옮기면 청사를 새로 짓지 않고도 증원하는 대법관을 수용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 청사에 입주해 있던 법원도서관은 2018년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으로 이전했다. 당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서울 중구 명동의 정부 소유 건물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기존 대법원 청사 부지의 남는 공간에 별관을 신축하는 방법도 있다. 대법원 건물 바로 옆에는 테니스장 2개면이 있다. 대법원에서 근무했던 인사는 “이런 자투리 공간에 별관을 지어 사법행정 업무 조직 등을 옮기면 대법관·재판연구관 증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을 마주 보고 있는 대검찰청은 2008년 부지 내 테니스장 3개면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지었다. 늘어나는 과학수사 수요를 맞추면서 첨단 분석 도구와 기법을 개발하는 산실이 됐다.
늘어나는 재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서울법원 제2청사 역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뒤편 법원 운동장과 예식장을 밀어낸 자리에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 청사 신축을 위한 땅값으로 무려 1조원을 책정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테니스장을 지킬 이유는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