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대학교 글로벌비지니스학과 권재진 겸임교수
(뉴스21통신/우정석기자) = 2025년 3월15일 토요일 또 다시 국기원의 문을 나서며 깊은 숨을 내 쉬었다. 세번째 태권도 7단심사, 그리고 세번째 낙방이다.
5과목중 그동안 실패였던 품새는 잘 통과했으나 격파부문에서 또다시 실패했다는 현실이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 앉았다.
그러나 이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수련(배움)의 길은 계속된다는 것을 나는 태권도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심사장에 온 이들은 현직 태권도 관장들이었다.
도복에 새겨진 그들의 도장 이름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내 길의 특별함을 되새겼다. 직업이 아닌 순수한 열정으로 태권도를 택한 이 길이 때로는 더디고 험하지만 그만큼 값진 것임을 말이다.
태권도를 처음 접한 것은 이미 성인이 된 후(대학시절)였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무도를 나는 늦게 시작했지만, 무도를 나는 늦게 시작했지만 그 어떤 이들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수련해 왔다. 취미로 시작한 태권도가 어느새 내 삶의 중심이 되었고, 6단까지 오르는 긴 여정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가끔 자문한다. "왜 이 고된길을 걷고 있는가?" 특히 오늘같이 실패한 날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답은 언제나 명확하다. 태권도는 단순한 무도 이상의 것, 살의 철학이자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가르침이자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실패 역시 소중한 배움이다. 격파 기술이 부족했다면 더 정교하게 연마할 것이고, 체력이 문제였다면 더욱 단련할 것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젊은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때로는 버겁지만 그것이 태권도의 정신이 아닐까! 나이를 핑계삼지 않고 끝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것.
내게는 꿈이 있다. 75세에 태권도 9단 심사를 보는 것,
어떤 이들에게는 허황된 꿈으로 들릴지 모르나, 나에게는 매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이꿈을 위해 도복을 입고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연마한다. 관절이 아파도 몽이 예전 같지 않아도, 꾸준함만이 이 꿈을 다가갈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7단은 그 꿈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이다. 세번 실패이지만, 오는 6월 네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 매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나아가는 것 그것이 태권도가 내게 가르쳐준 인생의 지혜다.
이제 내게는 새로운 사명이 생겼다.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외국인 유학생들 중 태권도에 관심있는 이들을 모아 동아리를 시작하기로 한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태권도를 그들에게 전하고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또다시 씨앗을 뿌리는 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마도 그들은 내게 묻겠지, "교수님 왜 이렇게 태권도에 열정적이신가요?" 그때 나는 대답할 것이다. "태권도는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며 나를 지탱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이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법.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법.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배움을 멈추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니까."
이들 유학생들과 함께한 동아리 활동은 내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고, 그들 앞에서 7단 사범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존경어린 눈빛을 생각하면 6월의 심사를 향한 의지가 더욱 단단해진다.
태권도의 매력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9단까지 가도 여전히 배울 것이 있고 완벽에 도달할수 없다는 겸손함을 알게 된다. 내가 태권도를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이 끝없는 성장의 여정 때문이다.
격파에 실패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이면 다시 도복을 입고 수련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처음 태권도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한동작 한동작 정성을 다해 연마할 것이다. 그것이 태권도인의 길이고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세번의 실패는 단지 미래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일뿐. 6월에 있을 네번째 도전.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9단의 꿈을 향해 오늘도 나는 한걸음 나아간다. 태권도가 가르쳐준 인내와 끈기,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태권도 수련을 통해 깨달은 이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나는 일어선다. 끝없는 도전의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