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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넘나들며 투쟁한 독립운동가 공적비 제막
  • 장병기
  • 등록 2017-05-30 21: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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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항일애국지사 이경채 선생 공적비 송정동초에서 30일 제막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잉태하고, 일본과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벌인 독립운동가의 공적비 제막식이 30일 오후 3시 광주 광산구 송정동초등학교 교정에서 있었다. 이곳은 광주 송정동 출신 독립운동가 이경채(李景采·1910.4.~1978.3) 선생의 모교이다.



조국 광복을 위해 소설보다 더한 삶을 살았던 선생이 타개한 지 39년 만에 세운 공적비. 참가자들은 때늦음을 송구하게 생각한 만큼 애국지사의 정신을 대대손손 계승할 것을 제막식에서 결의했다.


선생은 1910년 4월 6일 전남 광산군 송정리(현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에서 부친 이성륜(李成倫) 씨의 3남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목격한 3·1운동은 선생의 지난한 항일투쟁의 자양분이었다.


광주고보 재학 중이던 1926년, 선생은 학우들과 ‘독서회’를 비밀리에 조직해 독립운동을 결의한다. 2년 뒤 그는 ‘광주 조선독립선언문’을 배포해 세상을 뒤흔들었다. 


“천황은 신성으로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제국주의자의 말”이라고 쓴 유인물을 광주역 앞 파출소 게시판, 송정리역, 송정리 신사(송정공원) 등 사람이 많이 오가는 장소에 붙여놓은 것.


이 투쟁으로 선생은 1년 6월형을 선고받고 개성소년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29년 10월 특사로 풀려났다. 당시 모교 학우들은 선생의 석방을 요구하며 전교생 동맹휴업을 벌였다. 퇴학 47명, 정학 270명에 이를 정도로 동맹휴업은 맹렬했다.


1929년 11월 광주학생독립운동 배후 인물로 또다시 검거된 선생은 일제의 감시로 운신이 어려워지자 1931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 대학 전문학교(야간) 법률과에 입학했다.


일본에서도 동경유학생, 광주학생독립운동 참가자들과 항일투쟁을 벌인 선생은 ‘임시정부 내통’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6개월 고문에 시달렸다.


일본에서 신변 위협에 시달리던 선생은 1933년 4월 고베항에서 중국 상하이로 밀항했다. 이곳에서 선생은 김판수(金判守), 이중환(李中煥)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일제와 싸웠다.

중국에서 인성학교 교사, 한국독립당 기관지 <진광(震光)> 간행에 간여하던 선생은 1936년 9월 중국군 군관학교(황포군관학교) 입교를 계기로 일제와 총칼로 맞서며 무장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대륙 침략으로 총력전을 펼치던 일본을 중국에서 무너뜨려야 조국 해방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중국군 중교(소령)까지 진급한 선생은 1949년 10월 귀국길에 올랐다.


고향에 돌아온 선생은 주변의 정계입문 권유를 모두 물리쳤다고 한다. 그 권유를 피해 1974년 연고도 없는 경남 양산 기장면 석산리로 이사해 양어장을 운영하며 살았던 선생은 4년 뒤 3월 25일 불의의 사고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우리 정부는 1991년 8월 15일 건국 훈장 애국장을 선생에게 추서했다. 국가보훈처, 광복회, 독립기념관은 이경채 선생을 ‘2014년 11월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선생의 묘소는 대전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있다.


이경채 선생의 삶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공적비 마련 운동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무산됐다. 이번 제막식은 광산구 주민과 단체, 기업 등 300여명이 추진위원회를 꾸려 약 2천만원을 모금한 결과이다. 공적비 제막식에는 아들 이용립씨와 유족, 윤기봉 광산구 부구청장, 주민들이 함께 했다.


김명민 독립운동가 이경채 선생 공적비 건립추진위원장은 “진작 했어야 할 공적비를 이제야 마련해 만시지탄이다”며 “선생의 나라 사랑을 후대가 기리고 널리 계승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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