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어렵고 바쁘다 보니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보지 못했고, 아버님이 설암으로 사경을 헤멜 때도 올 수 없어 애만 태웠는데 이제는 한을 풀었습니다.”
결혼 12년만에 친정이 있는 태국 부리람 지역을 찾은 피리야 판디(46)씨는 집 근처 절에서 제사를 지내며 눈물을 쏟아냈다.
1남 6녀의 막내딸로 한국에 시집갔지 12년만에 집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언니, 동생, 사촌들은 물론 이웃들까지 함께해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피리야 판디씨의 친정방문은 나주시가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5박6일동안 나주지역 다문화 가족 가운데 태국 출신 결혼이민자 여성과 아이들 20명의 고국 방문 프로젝트에 따라 이뤄졌다.
나주시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친정나들이 방문은 생활이 어려워 오랫동안 친정집을 가보지 못한 세대를 대상으로, 친정방문을 통해 향수병을 치유하고, 엄마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
10월 28일 밝은 표정으로 출발한 가족들은 고국 방문에서 다음날에는 왕궁 등 태국의 역사 유적지와 태국 최고의 명문대 ‘졸라로콘 국립대학’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엄마가 들려주는 태국의 역사 이야기’ 강의를 들었다.
엄마를 통해 듣는 역사와 문화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들의 눈을 반짝거렸고, 오전에 방문한 곳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귀를 쫑긋하며 진지하게 들었다.또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정성들여 쓰는 편지에서 마음은 벌써 외갓집에 가 있는 듯 했다.
셋째날부터 2박 3일간은 각자 친정집을 방문해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다.
아이들은 마지막 날 돌아오기 전 소감발표와 교류회에서는 “아시아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태국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고, 엄마나라의 말을 열심히 공부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피리야씨의 아들 세준이는 외갓집이 있는 부리람의 유나이티드 축구단이 유명한 것을 보고 “나도 축구를 열심히 해서 부리람 유나이티드로 오고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함께한 왈리폰(노안면)씨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르치지 않아 우리 아이들이 외할머니와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태국어도 잘 가르쳐 가족들과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재승 사회복지과장은 “예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이번에는 태국으로 대상을 제한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다문화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생할 수 있고, 다문화사회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