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A사에 다니던 이모(26·여)씨는 지난 8월 직장 상사 김모(37·남)씨로부터 “옷 입은 모습이 섹시하다. 같이 자고 싶다”는 성희롱을 당했다. 불쾌감을 느낀 이씨는 불쾌한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는 이후 회식 자리 등에서 이씨의 손과 어깨를 만지는 등 성추행까지 일삼았다. 이씨는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김씨를 신고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내 성희롱 신고는 해당 지역 고용청이 접수한다.
한샘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직장내 성폭력 문제가 표면화하면서 남성 위주의 직장문화와 성의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동료로부터 성폭행,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고 이를 고용부(고용노동청)에 신고한 여성 근로자는 한해 5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신고건수는 매년 증가추세다.
연도별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2012년 263건에서 2013년 370건, 2014년 519건, 2015년 522건, 2016년 556건이다. 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성희롱은 성폭행과 성추행 등 물리적 압력 뿐 아니라 말을 통해 불쾌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9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폭력’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은 624명 중 14.5%에 달했다.
‘폭력을 당한 후 어떻게 대응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0.5%가 ‘이직 및 퇴사를 고민한다’라고 답했고 ‘그냥 무조건 참는다’는 21.6%나 됐다.
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는 “직장 내 성범죄는 항상 있었으며 최근 일부 사건들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일 뿐”이라며 “특히 남성 직장인들의 언어적 성희롱을 성범죄로 간주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피해자 구제가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범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남성 우월주의와 갑질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한다. 최근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아나 현대카드 성폭행 사건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직장 내 갑질 성범죄 사례라는 것이다.
여성근로자들은 비정규직과 계약직 등에 많이 종사하고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그 보다 높은 직급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남자 직원들은 여직원을 대할 때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잘못된 행동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성범죄 예방을 위해 기업 뿐 아니라 정부가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직장 내 성범죄는 그릇된 직장문화와 갑질문화가 얼마나 많이 우리 생활 곳곳에 퍼져 있는 지를 보여준다”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가 의지를 가지고 기업문화를 변화시키고 가해자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강분 대표는 “직장 내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법률 및 행정 지원, 기업문화 개선 노력 등 다각적인 방향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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