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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시민 70명, ‘교육현장 만나는 회복적 정의’로 학교폭력 그 이후를 묻다!
  • 김보미
  • 등록 2025-11-27 14: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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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 심의제도 한계, 갈등조정사례, 울산교육청 정책방향까지
  • 한자리에서 논의

[뉴스21 통신=김보미기자]

 (사진출처=한국회복적정의협회 울산지부)

교사와 시민 등 70여 명이 참석한 ‘회복적 생활교육 포럼’이 11월 25일 울산시교육청 집현실에서 열려, 학교폭력과 학생 갈등을 어떻게 회복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울산시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과장 신재호)와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울산지부(지부장 임설희)가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한국회복적정의협회, 현장 교사,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 갈등조정 전문가, 울산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 등이 발제자로 참여해 이론·현장·제도·정책을 아우르는 다섯 개의 발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발제에서 이재영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이사장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응보적 정의가 아닌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못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전통적 이해를 넘어, ‘피해 회복과 관계 회복을 위한 자발적 책임’이 진정한 정의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회성 연수가 아닌 장기적·체계적 교육과 학교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명덕여자중학교 이강재 교사는 학생부장으로 수년간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며 느낀 한계를 솔직하게 나눴다. 이 교사는 “사건은 종결되지만, 학생들의 감정과 관계는 여전히 상처 난 채 남아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회복적 대화모임을 통해 피해 학생이 안전하게 마음을 말하고,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동이 준 영향을 이해하며 책임을 지는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회복적 정의를 ‘학교폭력 사안의 대체 절차’가 아니라, 학교가 지향해야 할 문화와 철학으로 보고, 아이들이 상처 난 관계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에서 강북교육청 학교폭력 심의위원인 백승미 위원은 실제 심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현실을 전했다. 연간 수백 건의 심의 가운데 ‘학교폭력 아님’ 및 경미한 1~3호 처분이 다수를 차지하고, 신고 남발, 합의금 요구, 심의 절차의 역이용, 부모 갈등의 심화, 정서적으로 아픈 학생과 심의에도 나타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백 위원은 “심의는 필요하지만 전부가 될 수 없다”며, 심의 전·후에 회복적 대화와 갈등조정을 활성화하여 학생들이 낙인 대신 성장과 회복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네 번째 발제에서 울산교육청 교육공동체 회복지원단 임성실 조정위원은 세 건의 사례를 바탕으로 회복적 갈등조정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사전모임과 본모임을 거치며 피해와 상처, 배경이 충분히 드러났고, 학생·부모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눈물과 화해가 이어졌다. 임 위원은 “회복적 갈등조정은 책보다, 이론보다 실제가 더 강력하다”며, 대면과 대화를 통해 멈춤의 시간을 제공하고, 합의문과 재발 방지 약속, 관계 재설정을 통해 치유와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심의의 중요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에서 울산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윤대혁 장학관은 ‘회복적 정의를 통한 관계 회복 문화 조성’을 주제로 울산교육청의 정책 비전과 성과를 발표했다. 울산교육청은 찾아가는 회복적 생활교육, 회복적 학교 운영, 교육공동체 회복지원단 활동을 통해 2024~2025년 동안 학생·교원 수만 명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다수의 학교폭력·갈등 사안을 회복적 방식으로 자체 종결하도록 지원해 왔다. 윤 장학관은 2026년 비전으로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성장하는 회복적 학교 문화 구현’을 제시하며, 관계 중심 생활지도, 갈등 예방·조정 시스템, 회복적 학교 네트워크, 교원 연수 인증제, 학교평가 지표 반영, 지역사회 연계를 포함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설명했다. 또한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학교의 필수 조건”이라는 슬로건을 제안하며,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회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울산교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교사와 시민은 갈등상황에서 심의로 조치만 하는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정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안심이라고 하였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것이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 각자 영역에서 알려야 한다고 하였다. 김남순 검사(부산고등검찰청 울산지부)는 학교와 지역이 어우러져 사법적, 응보적 정의에 앞서 회복적 정의로 삶을 다뤄가고자 하는 참석자들의 의지와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며, 울산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걸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하였다. 

 

이번 포럼은 학교폭력 심의제도의 한계를 넘어,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며, 향후 각 교육청과 학교 현장의 정책·실천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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