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北 무역일꾼 “中서 사업 점점 힘들어져…제재 빨리 풀렸으면”
  • 이샤론
  • 등록 2019-05-08 10:07:38

기사수정
  • 대북제재·中 적극 동참에 무역일꾼 활동 위축…파견인원 점점 줄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 움직임에 북한 무역일꾼들의 활동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제재로 인해 가뜩이나 사업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당국에 바쳐야할 ‘충성자금’은 점차 늘어나고, 중국으로부터 감시까지 당하고 있어 처지가 더욱 난처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활동하는 한 북한 무역일꾼은 최근 데일리NK와 만나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일꾼들의 상황과 이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앞서 본보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중국에 나와 있던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귀국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6월부터 노동자들을 철수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이 무역일꾼에 따르면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기 전과 비교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일꾼의 수가 줄어들었고, 전반적으로 현재 랴오닝성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국제사회가 여전히 제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도 턱없이 부족한데, 해마다 늘어나는 충성자금까지 감당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제재 해제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에서 활동하는 무역일꾼들의 상황은 어떤가.

“이제는 와크(무역허가증)를 받고 못 받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둘째 문제고,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큰 문제다. 제재 전에 비해 무역하는 사람들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돈을 벌더라도 예전처럼 크게 벌 수 없는 상황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제재) 전에야 중국 대방(무역업자)과 관계를 잘 쌓으면 수익도 보장되고 은행에 계좌도 개설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계좌도 못 만들고 중국사람 앞으로 만들어도 감시당하기 일쑤다. 돈의 흐름이 막혔기 때문에 큰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최근에는 중국이 계좌 단속을 더 심하게 하고 있다.”

-무역일꾼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지방은 모르겠고 평양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 5분의 1, 심하게는 3분의 1이 줄어든 것 같다. 일단 단동(丹東)이나 심양(瀋陽)에 나와 있는 사람들 수도 줄었고, 노동자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양의 사정은 어떤가.

“단동에서 아침에 기차를 차고 오후에 평양에 도착하면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택시타고 곧장 집에 간다. 내가 평양에 왔다는 것이 알려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당 간부부터 기업소 사람, 친구들까지 집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든다. 요즘에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나한테 빼먹으려고 하니까 평양 집에 가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안해(아내)한테도 ‘집에 왔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말한다. 돌아갈 때도 일부러 시간에 맞춰서 택시를 타고 곧장 평양역 근처에 있다가 (중국으로) 나온다.”

-지금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다 말해 무엇하겠나. 어려운 게 참으로 많다. 중국에서 나온 지 좀 됐는데 해가 바뀌면 바쳐야 할 돈이 2배로 늘어난다. 능력을 보는 것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돈을 채워야하기 때문에 부업도 많이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제재로 사업을 하기 힘들어 부업으로도 돈을 충당 못하고 있다. 과제를 못하게 되면 문책당하고 평양으로 돌아가야 된다. 공포스럽다.”

-한 달 벌이는 어느 정도 되는가.

“솔직히 말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이 한 달에 3000위안(한화 약 50만원) 정도다. 창피하다. 이렇게 돈이 없는데 평양 사람들은 중국에 갔다 오면 부자가 돼서 돌아오는 줄 아는지…. 이제는 밑에 있는 아이들을 챙겨주지 않으면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직원들 먼저 챙겨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들어야 할 계획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무역일군(일꾼) 대부분이 힘들다. 되는 사업이 없다. 조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나와도 지금 나오면 본전도 못 벌고 돌아가기 바쁘다. 일군들도 줄어들었지만 교체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제재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그저 그것만 바란다. 다들 말은 못하고 속에만 생각이 있는데, 내 가족들이 중국에 있다면 바로 뛸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족들이 인질이라 그것들 죽이면서까지 내가 도망 갈 수는 없지 않겠나.”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기자수첩】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제천문화원 사태, 제천시는 무엇을 했나 보조금은 ‘지원금’이 아니다.혈세다. 그리고 그 혈세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최근 제천문화원과 관련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내부 제보 내용은 단순한 회계 미숙이나 행정 착오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조금 집행 이후 카드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의혹, 회의참석 수당과 행사 인건비가 특정 인...
  2.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3.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4.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5. 울산시, 청년형 유홈(U home) 청년들에 인기 [뉴스21 통신=최세영 ] 유홈(달동)                          유홈(백합)유홈(삼산)유홈(양정)유홈(태화)                                ▲ 조감도제공=울산광역시울산시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청년층의 주거만족도 향상을 위해 추진 중...
  6. KTX·고속버스 한 곳에서, 익산역 환승체계 개선 구상 나서 호남 철도의 관문 '익산역'이 고속철도와 고속·시외버스,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한자리에서 갈아타는 복합환승센터로 확장하는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익산시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추진하는 '복합환승센터 혁신모델 컨설팅 지원사업' 공모에 익산역이 최종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
  7. 이동환 고양시장, 고양시 “2개 노선 도시철도망 확정” 환영 [뉴스21 통신=추현욱 ]고양특례시 관내 도시철도 2개 노선이 12일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어 국토부에서 최종 승인·고시했다.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고양시 서북부지역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 왔던 철도교통망 확충계획의 일부인 도시철도 사업이 확정되었다”라고 밝히고 “촘촘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