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4월 수입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우리 정부가 설득 작업에 나섰다.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 대한 선별적인 관세 부과만은 막는다는 것이 목표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선본부장은 25일 미국 정부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이른바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을 위해 출국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 등 정치권과 재계, 업계,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4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광범위한 아웃리치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미 상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철강 분야 3가지 무역보복 조치는 △모든 국가의 철강에 일률적으로 최소 24%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 △한국·중국 등 12개국에 최소 53% 관세 부과하고 2017년 수출 실적을 반영한 수입 제한 신설 하는 방안 △2017년 대미 철강 수출액 63%만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우리 철강업계는 어떤 권고안이 채택되든 타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별적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치는 파급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 제한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민간에서 쓰는 철강 중 12개국 철강만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부는 12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안이 최종 조치로 확정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재 정부는 내부적으로 학계, 법률전문가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최종 조치와 관련해 미국 정부나 언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로부터 수입된 철강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선호한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 앞서 미 국방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미 상무부에 "글로벌 쿼터(할당)이나 글로벌 관세보다는 12개국 선별적인 관세가 더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세탁기와 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련한 협의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국내 업계 피해 보상 문제 등에 대해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다음달 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송영관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문제가 있는 건 WTO에 제소하고, 국제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밀리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