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미 FTA 개정 논의 첫만남부터 대치..."FTA 개정하자" vs "공동조사 먼저"
  • 최문재
  • 등록 2017-08-23 10:37:12

기사수정
  • - 합의 도출 못하고 회의 마쳐...후속 일정도 못 정해


▲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한국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를 놓고 첫 협의에서부터 강대강으로 대치했다.


미국 측이 조속한 시일 내에 FTA 개정 협상에 나서자고 압박하자 우리 측은 FTA의 효과에 대한 공동 조사·분석·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한국과 미국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국의 FTA 개정 요청을 논의하기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열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 개최 과정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지난 7월13일 "30일 이내에 워싱턴에서 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은 통상교섭본부 출범 이후 서울에서 회의를 열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우리측 주장이 관철됐다. 


우리 대표단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수석대표로 미국 대표단은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Robert Lighthizer)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수석대표 각각 10여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김 본부장과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영상회의에서 각자의 입장을 처음으로 교환했다.


이어 우리측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FTA 교섭관과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가 교체수석을 맡아 고위급 대면회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한미 FTA 개정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카드를 꺼내들고 우리측을 압박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2배로 늘어난 점을 제기하면서 FTA 개정(amendment) 또는 수정(modification)을 통해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양국이 국내 절차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는 요청을 해왔다.


특히 미국은 자동차, 철강, IT, 분야의 교역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또 한미 FTA 이행 이슈와 관련해서도 자동차 원산지 검증 등 각종 이슈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은 한미 FTA가 미국의 대(對)한 무역적자의 원인이 아니라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맞섰다.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한미 FTA가 2012년 발효한 이후 5년간 교역, 투자, 고용 등에 있어 양국이 상호 호혜적인 혜택을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측은 FTA 개정 협상에 돌입하자는 미국 측의 제안에 대해 '공동 조사' 카드로 맞불을 놨다. FTA 개정은 반드시 양측이 동의해야 이뤄질 수 있으며, 개정 협상을 위해서는 한미 FTA의 효과와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조사·분석·평가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한국과 미국은 어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이날 회의를 마쳤다. 후속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우리측은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공동의 조사·분석·평가를 미국측에 제안한 만큼 미국이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후속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한미 FTA 폐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도 모두 염두해두고 당당하게 협의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현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만약 폐기가 됐을 경우에는 미국 측에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