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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건물 통째 뜯어가 일본 ‘기도의 집’으로…관월당이 돌아왔다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6-24 13: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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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절 주지가 100년 만에 반환 결심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자 거대한 청동대불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 근교 가마쿠라의 절에서 한세기 동안 이역살이를 했던 조선시대 전통 건축물 한 채가 귀환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조선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하는 ‘관월당’(観月堂)의 건물 부재들이 일본에 반출된 지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고 24일 오전 발표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쪽은 앞서 23일 오후 관월당 건물을 소유해온 가마쿠라 현지 사찰 고토쿠인의 사토 다카오 주지와 약정을 맺어 최근 국내로 반입한 관월당 부재를 공식 양도받았다고 밝혔다. 고토쿠인 쪽은 지난해 현지 관월당 건물을 해체한 뒤 부재와 기와들을 단계적으로 국내로 운송했으며, 부재들은 현재 경기 파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관월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맞배지붕 단층 목조건축물이다. 조선 후기 왕실 사당 양식을 지닌 건물로, 애초 서울 지역에 있다가 1924년 소유권을 확보한 조선식산은행이 야마이치 증권 초대 사장 스기노 기세이(1870~1939)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건물이 뜯겨 도쿄로 옮겨졌고, 1930년대 스기노가 고토쿠인에 기증하면서 절 경내 청동대불 뒤켠으로 옮겨져 관음보살상을 봉안한 기도처로 90여년간 쓰여왔다.

관월당의 귀환은 소유자였던 사토 주지가 한국에서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성사됐다. 사토 주지는 수년 전부터 절 경내에 있는 관월당을 돌려주겠다는 뜻을 한국 쪽에 전했고, 2019년부터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나서 연구·조사, 단청 기록화 보존처리, 정밀실측 등 사업을 함께 진행해왔다고 한다.

국내 전문가들의 연구·조사 결과를 보면, 관월당은 건축학적으로 간단한 목가구조의 얼개지만, 화려하고도 격식 있는 의장을 추구한 18∼19세기 대군급 왕실 사당 규모의 건물로 볼 수 있다. 최상부 부재인 종도리를 받치는 대공에 덩굴나무가 연속되는 무늬(파련)를 새긴 것이나 규모가 큰 건물의 지붕 측면에 설치한 까치발(초엽) 부재, 덩굴무늬를 조각한 지붕 아래 부재의 장식 등에서 궁궐 및 궁가 건축 특유의 의장 요소를 지녔다는 평가다.

기와에는 용과 거미, 귀신, 박쥐 등의 무늬가 들어간 다양한 형태의 암막새가 쓰였는데, 용무늬 암막새는 궁궐과 관련된 건축적 요소로 꼽힌다. 단청의 문양과 안료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 사이 다시 채색된 흔적이 나타난다. 각 층위의 단청들은 구름 모양의 운보문(雲寶紋)이나 ‘卍’자 형상의 만자문 등 여러 무늬들로 화려하게 장식돼 건물의 높은 위계를 드러내며, 문양과 색채에서 궁궐 단청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해체 당시 상량문 같은 건립 관련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건물의 원래 명칭과 지어졌던 장소, 배향인물 등에 관한 내용은 밝혀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정밀실측 및 해체 과정에서 관월당은 일본 이건 뒤 양식과 구조 면에서 일부 변형된 사실도 밝혀졌다. 기단은 인근 가나가와현과 도쿄 북부 도치기현에서 캐낸 안산암과 응회암이 석재로 쓰였고, 기단 내부는 뒤채움 없이 비어있었다. 이런 사례는 기존 조선시대 건물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관월당 기단은 도쿄와 가마쿠라로 이건하는 과정에서 새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 과정에서 건물 뒤 벽체 외부에는 잔자갈과 몰탈 등을 섞은 혼합물로 화방벽이 세워졌고, 지붕에는 덧지붕이 올려졌다. 정면에 설치한 난간과 일본 목재상 정보가 적힌 판벽 재료 등 변형 흔적들도 발견됐다.

건물 해체와 운송 비용을 자비 부담하며 환수 작업을 도운 사토 주지는 “한국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분명하게 알게 됐고, 최적의 보존을 위해서는 관월당을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국가유산청 요청에 공감해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며 “관월당이 지난 100년간 고토쿠인에서 자리했던 역사적 의미와 가치도 기억하면서, 한국의 적절한 장소에서 본래 가치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 쪽은 파주 수장고에서 관월당 부재 수리 작업을 진행하면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학술 연구를 지속하고 보존·활용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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