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가 착륙 직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경고를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여객기는 경고 후 1분 만에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고, 이후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하다가 약 4분 만에 활주로 외벽과 충돌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브리핑에 따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이날 오전 8시 54분 경 제주항공 7C2216편(B737-800 기종)의 착륙을 허가했다.
사고기는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접근 중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다. 이는 대규모 새떼나 큰 새가 항공기 근처에 포착됐을 때 내려지는 경고다.
사고 기장은 2분 후인 8시 59분 경 기체에 이상을 느끼고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국토부는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낸 시간을 처음에는 8시 58분으로 발표했으나, 이후 1분 늦춰 정정했다.
사고기는 오전 9시 경, 원래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 대신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3분 후인 9시 3분 경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하려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관제탑에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내렸고, 조종사가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 외벽과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조류와의 충돌로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국토부는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고장과 연관되는 경우는 없다"며 "랜딩기어 고장 시에도 자동으로 펼쳐지거나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운항한 두 명의 조종사는 기장(45세)이 6,823시간, 부기장(35세)이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으며, 모두 한국 국적이다.
이들은 각각 2019년 3월과 지난해 2월부터 현재 직책을 맡고 있으며, B737-800 기종에서 각각 6,096시간과 1,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블랙박스 중 비행기록장치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음성기록장치는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고 전후 상황과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짧은 활주로'가 사고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이지만, 활주로 연장 공사로 약 300m가량이 사용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B737-800 기종은 1,500∼1,600m의 활주로에도 착륙할 수 있다"며 "사고 원인으로 활주로 길이를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총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생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76명, 실종자는 3명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11개월이 소요된 바 있다.
국토부는 "여객기 사고 조사는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걸린다"고 설명하며, 기체 문제와 조종 절차, 외부 요인 등 복합적인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