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1%대 ‘저성장 늪’ 온다…한은, 2연속 금리인하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4-11-29 17:43:18

기사수정
  • - 기준금리... 연 3%로 0.25%포인트 인하


28일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2회 연속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 결정했다. 연속 금리 인하로 ‘돈 풀기’에 나선 것은 15년9개월 만이다. 1%대 저성장 문턱에 진입한 한국 경제에 트럼프의 ‘고관세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어서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경로를 튼 데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 이후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연 4.5~4.75%) 간 금리 격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달 통화정책의 난도는 높았다. 한국은행은 1400원대 고환율(원화 약세) 압박에 금융안정(동결)을 결정할지, 아니면 경제 동력인 수출 둔화와 얼어붙는 내수에 ‘경기부양(인하)’을 할지 갈림길에 섰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금리 인하 의견을, 나머지는 ‘동결’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뚜렷한 지표가 한은이 두 달 연속 돈을 풀기로 결정한 단초가 됐을 것으로 본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8월 예상치) 2.4%에서 2.2%로 낮췄다. 특히 내년엔 2.1%에서 1.9%로 내렸다. 1.9%는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한국의 저성장 진입을 예고한다. 나아가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를 구조적 요인으로 전제하고 수년간 1%대 성장 고착화 우려를 던진 것이다.


1980년 이후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해는 2차 오일쇼크가 터진 80년(-1.6%), 외환위기인 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0.7%)과 2023년(1.4%) 다섯 번뿐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몸집을 키우는 ‘트럼프 포비아(공포증)’도 국내 경제를 압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은 고관세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약한 내수 회복세를 메워 온 수출 둔화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물가 안정’ 측면에선 금리 인하 여건은 마련됐다. 9월(1.9%)부터 1%대로 내렸고, 10월엔 1.3%로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망치)은 각각 2.3%, 1.9%로 지난 8월 예상치(2.5%, 2.1%)를 하회할 전망이다.


면에 금리 인하 결정으로 ‘1400원대 고환율(원화 약세)’ 부담은 커졌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미국 달러가 질주할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고환율 우려보다 ‘1%대 저성장’ 탈출이 더 시급한 과제라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하락하고, 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선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경제 성장세가 더 둔화하기 전에 정부는 보다 공격적인 부양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 추가로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