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美, 자동차 품목 관세 일본 15%, 한국 25%...관세 후속 협상 길어지며 경쟁력 약화 우려
  • 추현욱 사회1부기자
  • 등록 2025-09-15 21:03:18

기사수정


[뉴스21 통신=추현욱 ]16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의 품목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탓에 자동차 관세 인하(25%→15%)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일본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9일 미국 관보에 게시된 ‘미국·일본 협정 이행’ 행정명령은 16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행정명령에는 자동차 품목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낮춰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한국은 지난 4월부터 자동차 품목관세로 25%를 내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7월31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등을 두고 양국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 미국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3만290달러,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3만2850달러에 팔린다. 하지만 16일부터 양국에 각각 달리 적용되는 관세율 격차(10%포인트)가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면, 스포티지는 3만7863달러로 라브4 3만7778달러보다 비싸지게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7월31일에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를 협의해 일본(7월22일)보다 인하 시기가 9일 정도 늦어질 것으로 판단했는데, 현재 관세 협상 분위기를 보면 9일 안에 한국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며 “관세 인하 시점이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나빠지고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산 자동차는 지난 4월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기 전까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수출됐다. 상호관세(2.5%)를 부과받은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4월부터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하면서 현대차·기아는 2분기에 미국 관세로만 영업이익이 1조6142억(현대차 8282억원, 기아 7860억원)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관세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도 수출량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성장하는 선진국 시장’이라는 점과 ‘미국에서 잘 팔려야, 세계적으로 잘 팔릴 수 있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는 등 시장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견해차가 커, 관세 후속 협상 타결 시점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금융 보증 방식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 수익 배분 방식을 두고도 미국은 투자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10%, 한국이 90%를 가져가되, 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90%, 한국이 10%를 가져가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 한국 정부 태도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무리하게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 요구를 들어주기보다는 25% 관세를 감내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선임경제학자인 딘 베이커는 최근 기고 글에서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1320억달러 기준으로 상호관세를 25%로 올리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25억달러 줄어든다”며 “125억달러 수출을 지키기 위해 3500억달러를 내놓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주고 협정을 체결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썼다. 그는 “3500억달러의 5%만 사용해도 감소하는 수출 때문에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할 수 있고, 무엇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에 끌려다닐 필요도 없어진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국내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트럼프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25% 관세를 감내하자’는 주장은 국내 경제학자들도 사석에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공식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위험한 주장”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한국 수입품 관세를 50%까지 올릴 수도 있고,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제공하기로 한 최혜국 대우를 철회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계속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현재로썬 미국 시장 의존율을 줄이면서 국내 제조 공정을 효율화하는 등 생산 비용을 줄이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단양예총회장, 주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4일 만에 피해자에 연락 논란 충북 단양군의 문화예술을 책임지는 민간단체장이 음주 의혹은 아니지만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도 즉시 사고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 논란이 일고 있다.피해자 B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5일 오후 7시 50분께 단양읍 별곡리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B씨가 집 근처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K7 승용차)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은 뒤 그..
  2.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레드카펫 ‘부직포 논란’…행사 품격 추락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지난 9일 폐막했지만, ‘레드카펫 부직포 논란’은 여전히 지역사회와 문화계에서 회자되고 있다.올해 영화제 개막식에서 깔린 레드카펫은 고급 직물 대신 얇고 쉽게 구겨지는 부직포 재질에 가까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겉으로는 붉은색으로 도포돼 있었지만, 두께 감이나 질감 면에서 국제 영화제의 격.
  3.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주식 활용 PRS로 7천억 조달…적자·차입 압박 속 돌파구 찾기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해 약 7천억 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직접 조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8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PRS 계약을 추진 중이다. ...
  4. 법제화로 다시 뛰는 마을기업, 지속가능한 도약의 길 [뉴스21 통신=홍판곤기자 ]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마을기업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현장에서 “15년 만의 결실”로 불리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논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되었고, 마을기업은 매번 지자체별 한시적 예산과 공모사업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2025년 여름, 드디어 법적 기...
  5. 몽골 화산 여행 중 한국인 인플루언서 추락사 20대 한국인 여성이 몽골 북부 화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다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여행 인플루언서 A씨는 지난달 28일 몽골 불간 주 오랑터거 화산 정상 부근에서 촬영 도중 강풍에 휘말려 10m 아래로 떨어져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는 9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SNS 인플루언서로, 당시 몽골 북부 지역을 여행 중이..
  6. 2025년 경기도사회적경제박람회, 평화·기후·돌봄·기회 주제로 수원서 개막 [뉴스21 통신=홍판곤기자 ]경기도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공동 주최하는 ‘2025년 경기도사회적경제박람회’가 오는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박람회는 ‘사람을 위한 사회적경제로 세상을 더 이롭게’라는 슬로건 아래, 평화·기후·돌봄·기회 등 4대 주제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프로...
  7. 참의원 선거 참패 후폭풍…이시바 총리 11개월 만에 물러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직 사임을 공식 표명했다. 그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일본은 내각제 국가로,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므로 자민당 총재 교체는...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