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며, 여야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는 한동훈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고도 무시했다는 주장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어제 무제한 토론 강제 종료와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5일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 참석을 거부했다.
관례였던 대통령의 개원식 참석도 여당 권유로 불발됐는데,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여야 합의로 개원식 일정이 잡힐지, 또 대통령이 참석하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다음 주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최종 불발됐다.
국회는 앞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열려야 했던 대정부질문도 막말 논란과 무제한 토론,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내리 파행을 겪어야 했다.
강경한 입장은 야당 측도 마찬가지라, 국회 일정을 둘러싼 냉각 상태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거로 보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특검법 통과를 막지 못하자 아예 국회 개원식까지 파투냈습니다. 뜻대로 안 된다고 호박에 말뚝 박자는 놀부 심보입니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용산 대통령 부부 방탄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참 볼썽사납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쟁점 법안인 이른바 '방송 4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검사 탄핵안 등을 7월 임시국회에서 추가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이에 대치 정국이 더 길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국회개원식이 임기 48일 만인 7월 16일로 가장 늦었던 지난 21대 국회의 기록을 뛰어넘어, '최장 지연 기록'이란 오명을 남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오늘 아침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강하게 요청한다는 게 현재 여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변협 추천 과정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한 명씩 총 두 명을 특검 후보로 추천하기로 하는 등 야당이 '독소조항'을 더 강화해 제출했기 때문에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한 방송 매체에서 "이미 당에서 거부권,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를 하기로 했고 법무부 장관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이미 공개를 했거든요. 공수처에서 지금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니까 그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해도 저는 늦지 않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거란 관측이 중론인데, 이 경우 이탈표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간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300명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108석을 가진 여당은 이탈표 8표를 막기 위한 단속에 들어가야 한다.
당내에선 이미 안철수 의원이 찬성 의사를 밝힌 상황이지만, 여당은 일단 '안 의원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추가 이탈표는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물론,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던진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이 협상의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복수의 여당 관계자들이 '제3자 특검' 가능성을 논의할 기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현재로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한동훈 후보가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 시절, 명품가방 문제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취지의 김건희 여사 문자 메시지를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후보는 오후 당사에서 '공정선거 서약식'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다만 5일 아침에,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며 '정치적 공세'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의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의혹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좀 의아하고요. 저는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는 원희룡 후보는 즉각 '충격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총선 기간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당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킬 변곡점을 놓친 만큼, 이런 내용이 담긴 총선 백서를 당이 어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후보도 모 방송국에 출연에서 한동훈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고,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모 방송국 출연해서 "분명히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를 했어야 하고 그래서 역시 정치 경험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 않느냐. 굉장히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미숙하다라는 부분을 저는 느꼈고요."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그러면서도 전당대회가 더는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선 안 된다며 원희룡 후보도 에둘러 저격했다.
윤상현 후보 역시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전 대표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 속에 김두관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어대명' 기류가 워낙 강한 분위기에서 도전장을 내미는 거라, 당 안팎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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