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대를 기록하는 건 약 3년 만이다. 다음 달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규제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와 맞물려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를 적용) 금리와 주기형(5년마다 금리 결정) 고정금리의 최저 금리가 24일 연 2%대에 진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21일 연 3.09%였던 혼합형·주기형 금리 하단에 은행채 금리 하락분(0.10%포인트)을 빼면 24일부터 연 2.99%의 최저 금리가 적용된다”고 했다. 앞서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의 5년 고정금리 하단도 연 2.98%를 기록하며 연 2%대로 내려왔다. 21일엔 연 2.94%로 더 떨어졌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연 2%대였던 것은 KB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 8월(2.92%)로 2년 10개월, 신한은행의 경우 2021년 3월(2.96%)로 약 3년 3개월 만이다.
지난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2.94~5.445% 수준이다. 지난 5월 3일 연 3.480~5.868%와 비교하면 하단이 0.54%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연 3.895%에서 연 3.454%로 0.441% 급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금리 인하 언급과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둔화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연 저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그만큼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의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코픽스 기준 6개월 주기 변동금리(연 4.74%)를 적용해 5억원을 40년간 빌리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2790만6319원이다. 이를 24일 적용될 변동금리로 바꾸면 금리가 연 3.74%로 떨어지면서 연간 원리금 총액은 2411만4913원으로 379만1406원이나 줄어든다. 혼합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3.38%에서 연 2.99%로 떨어지면서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36만9120원 줄어든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면 대출자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주택 거래 회복세와 맞물려 가계 대출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다음 달 1일부터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지난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지난달 말(703조2308억원)보다 4조4054억원 늘었다. 가계 대출은 4월 이후 3개월 연속 매달 5조원 내외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 대출의 95%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며 가계 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월 2611건, 2월 2570건, 3월 4229건, 4월 4376건 등으로 매월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5월엔 4755건을 기록하며 지난 2021년 7월(4796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에서는 하반기부터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가계 대출의 총량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주요 은행에 ‘성장률 이내로 가계 대출 증가를 관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정책금융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으로 금융권 가계 대출이 지난 4월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앞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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