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탈원전 3원칙’은 그대로 간다
  • 최문재
  • 등록 2017-10-23 11:25:56

기사수정
  • - 공론화 과정서 ‘신규건설 차단·안전관리 만전·설계수명 준수’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를 권고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면서도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원전 대선 공약 중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번복하지만, ‘원전을 더 짓지 않고, 지어진 것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수명이 다 된 것은 조속히 닫는’ 탈원전 3원칙을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22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하여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이후 예정됐던 울진 신한울 3·4호기와 영덕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 신규 원전 2기 등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6기 신설계획은 백지화되게 됐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설계수명을 무시하고 연장키로 해 주민들이 연장결정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정부가 정책적 결정을 할 경우 언제든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을 닫더라도 “현 정부에서 4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돼 원전의 수와 발전용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원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라며 “정부는 다음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함으로써 현재 25기인 원자로 수는 문 대통령 퇴임 시점에는 오히려 27기로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5년간 재생가능 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탈원전 3원칙에 충실할 경우 2025년부터는 원자로 수가 24기로 떨어지고 탈원전 흐름을 불가역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원전 제로’ 시점은 2083년이 된다. 


청와대는 이번 공론조사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 외에도 다수의 시민이 원전 축소를 원하는 민심이 확인된 것을 큰 소득으로 꼽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수 원전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니 공급도 늘리자며 맞춰놓은 것이 기존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라면서 “이제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부가 마음대로 과잉공급을 하지 못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론조사에서 원전 축소 민심은 54.2%였으며,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의견을 밝힌 사람 중에서도 32.2%가 원전 축소를 원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 현안 해법으로 처음 적용한 공론조사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과에 대해서도 승복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며 “공사 중단이라는 저의 공약을 지지해주신 국민들께서도 공론화위원회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고, 이로 인해 실망한 밀양 송전탑 반대 지역주민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었다. 정치적 책임성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입장 표명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공론조사를 통한 결정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도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말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형태를 건의드렸지만 대통령이 차분하게 서면으로 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가 결정할 문제를 시민들에게 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숙의민주주의 틀로서 평가할 부분이 있다”며 “다만 이 방식은 국가가 당사자로 돼있는 사회 갈등에 한해 선택적이고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원전 안전기준 강화, 원전 비리 척결과 원전 관리 투명성 제고, 지진에 대한 연구 강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 공론화위가 권고한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