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천상병귀천문학대상 수상자로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이 선정됐다. 수상 작품집은 최근 발간한 시집 ‘감시와 처벌의 나날’이다. 천상병귀천문학대상은 1993년에 작고한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정신을 잇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이번 천상병귀천문학대상 수상시집인 ‘감시와 처벌의 나날’(실천문학사)은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승하 시인이 30여년의 정신병원과의 인연, 10여년의 교화사업 강사로 교도소와 구치소, 소년원을 들락거린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천상병 시인은 동백린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옥살이를 하다가 매를 맞고 정신병원에서 입원하였다가 이 사실을 모르는 동료들은 그가 죽은 것으로 판단하여 유고시집을 낸 바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승하 시인의 이번 시집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교도소와 정신병원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 제14회 천상병귀천문학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동백림 사건이란 동베를린 사건이라고도 하는데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에서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대한민국에서 독일과 프랑스로 건너간 194명에 이르는 유학생과 교민 등이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고 간첩교육을 받으며 대남적화활동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천상병 시인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하고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이승하 시인의 이번 제14회 천상병귀천문학대상 수상시집은 ‘감시와 처벌의 나날들’은 감시하는 사람들과 갇힌 사람들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과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들, 즉 폐쇄된 공간에서의 인권유린과 일말의 희망을 그리는 이 시집은 천상병의 귀천 정신, 즉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 가서 즐거웠다고 말하리라’고 한 용서와 화해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천상병귀천문학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인 강희근 교수는 심사경위를 밝혔다.
이승하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하여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형을 살고 있다. 10년 가까이 안양교도소, 남부교도소 등에 시창작 봉사활동을 다니며 그들의 ‘죄와 벌’을 들여다보았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되뇌며 그들을 만났다. 신경정신과병원에서 치료받고 투병하고 있는 이들을 30년 동안 유심히 보았다”며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은 재소자보다 훨씬 많았다. 육체의 고통을 영혼의 순진성으로 승화시킨 천상병 시인의 시심이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