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성과로 강조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수주를 둘러싸고 ‘굴욕 계약’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합의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당초 한수원은 지난해 7월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5년 만의 쾌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쟁사였던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6개월 뒤 한수원은 분쟁을 끝내기 위해 합의에 나섰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한수원은 앞으로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약 1조 원 규모의 물품·용역 계약과 기술 사용료를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한다. 또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더라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침해 여부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 북미, 일본 등 주요 시장의 신규 원전 사업 수주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불리한 계약이라는 지적에 대해 “원천기술 사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이며,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국가적으로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계약 전반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지시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