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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 사이서 정치적 굴곡… 꼬마민주당 만든 '4·19 맏형'
  • 최명호
  • 등록 2016-02-22 10: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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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7선(選) 의원을 지낸 이기택(李基澤·79) 전 민주당 총재가 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 전 총재는 1960년 고려대 상과대학 학생위원장 시절 '4·18 고대 의거'를 주도했다. 30세이던 1967년 유진오 총재가 이끌던 신민당 공천을 받아 제7대 국회의원(전국구)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군사 독재 시절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 등과 민주화 운동을 했다.

이 전 총재는 19일까지도 자서전을 썼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계동 전 의원은 "19일 밤 이 전 총재는 여의도 사무실에서 지난 6년간 준비해온 자서전의 탈고 작업을 끝내고 나오며 '아, 큰일을 마쳤네'라고 흡족하게 말했다"며 "20일 아침 늦게까지 주무셨고, 식사 때문에 깨우러 방에 들어가 보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고 전했다. 자서전의 제목은 '우행(牛行)'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호랑이 눈처럼 날카로운 안목을 가지고 소처럼 우직하게 나아간다'는 뜻의 '호시우행(虎視牛行)'이 이 전 총재가 가장 좋아하던 경구였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성모병원에는 정치인들 발길이 이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전 총재는 4·19 정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신념으로 정치를 해오신, 후배들에게는 사표가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선 의원을 지내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초지일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재를 '기택이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인 김경재 전 대통령 홍보특보는 "(이 전 총재가) 대통령을 하고도 남을 분인데 절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조금의 예외도 없어서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전 총재 비서관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양 김이라는 양대 산맥에서 고통도 많이 받고, 외로움도 많이 타고, 무시도 받고…. 외길 타듯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1987년 민주화 정국에서 통일민주당에 들어가 YS를 도왔지만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하며 YS와 결별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당 합당 때 선배님(이 전 총재)이 도망가셔서 내가 찾으러 다녔었는데 결국 고집을 부리셨다"며 "하지만 나중에 다시 한나라당으로 가시고…. 정치는 나침반대로 가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3당 합당 당시 이 전 총재는 본지 인터뷰에서 "4·19 세대를 대표해 온다고 자부해온 사람으로서 (3당 합당이) 4·19 정신에 합당치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5공 세력과 함께 정당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 양심상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노무현·홍사덕·이철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일명 '꼬마민주당')을 창당, 총재로 선출된 뒤 이듬해 DJ의 신민주연합당과 합당해 공동대표에 올랐다. 이후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제1 야당 총재에 오르며 대권의 꿈을 키웠지만 1995년 DJ의 정계 복귀로 꿈을 접었다. 이 전 총재는 1995년 DJ가 당초 정계 은퇴 약속을 어기고 신당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 잠옷 바람으로 나와 "갈 데까지 가는구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윤환·조순 등과 함께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선거에서 패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 선대위 고문을 맡아 부산상고 후배이자 '꼬마민주당' 동지인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고, 2007년 대선에선 지금의 여권으로 옮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도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것이 그의 마지막 공직이다. 새누리당은 김영우 대변인 명의로 "고인(故人)은 평생 강직한 원칙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논평했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경의씨와 아들 승호씨, 딸 우인·지인·세인씨가 있다. 발인은 24일, 장지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국립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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