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경연 “미국 환율버전 ‘슈퍼 301조’ 법안 발효 가시화…한국 환율 정책 경고등”
  • 최문재
  • 등록 2016-02-15 11:22:49

기사수정

한국경제연구원이 환율 조작국에 제제를 가하는 미국의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이하 BHC 법안) 수정법안 발효가 가시화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은 무역법 1974을 새롭게 수정한 ‘무역촉진법 2015’를 발의하고 상하 양원 통과를 거쳐 현재 대통령 서명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무역촉진법 2015 (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of 2015)란 무역법 1974(Trade Act of 1974) 등을 포함한 기존 23개 무역 관련 법안들의 광범위한 개정을 다루는 법안으로, 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은 이 중 “제 7편 환율조작 (Title VII: Currency Manipulation)”을 일컫는 별칭이다.


BHC 법안은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통칭하는 법안이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BHC 법안이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무역, 외환, 통화, 산업 등 경제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HC 법안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 중 환율개입(의심)국가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확대하고 필요 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나라가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할 경우 이를 수출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불공정무역행위로 간주해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IMF와 WTO를 통한 국제사회 제재 뿐 아니라 통상·투자 부문에 미국의 직접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BHC 법안은 미국이 교역국의 불공정한 무역제도나 관행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인 슈퍼 301조의 외환버전으로 볼 수 있는데, BHC 법안은 상대 국가의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해당 국가 전체에 법을 적용하고 있어 슈퍼 301조보다 더욱 강력하다”고 말했다.


슈퍼 301조란 미국의 무역법 1974(Trade Act of 1974)를 수정해 1988년 발효된 법안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무역 국가를 조사하고 불공정무역 관행이 시정되도록 교섭하며 시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상대국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조치를 발동하도록 한다. 본래 1989년~1990년 2년간 운용하는 한시법으로 제정됐으나 부활과 연장을 거듭·지속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의 다자간 정신과 자유무역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김 부연구위원은 “세계 거시경제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BHC 법안이 지난해 2월 발의돼 3개월 만에 상하 양원을 통과하는 등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자국 내 불안과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0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폭이 GDP 대비 3%대를 전후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한경연은 “BHC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얻는 나라, 세계를 상대로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만드는 나라,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개입을 하는 나라들이 통화 저평가 여부에 대한 조사·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1차 적용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중국, 대만, 이스라엘 등과 더불어 2000년 이후 지속적인 대미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3년간 전체경상수지 역시 GDP 대비 6%를 상회할 만큼 크다. 또 경제규모나 여러 가지 국제정치의 지형을 볼 때, 중국과 이스라엘보다는 우리나라와 대만처럼 경제규모가 비교적 작고 정치적 영향력도 미미한 나라들이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해당법안의 잠재적 파급력을 사전에 점검하고 데이터와 새로운 연구결과에 기초한 외환·통상 외교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금융센터 등 관련 기관간의 공조체계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또 “미국무역대표부와 유사한 기능을 했던 기존에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키고 외환·통상 연계 부문을 추가한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교섭본부란 1998년 3월 신설, 2013년 3월 폐지됐다. 한국의 통상 관련 업무를 총괄 조정하고 대외 통상 교섭을 진행했던 중앙행정조직으로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