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부평구 김윤철 주무관, 청각장애 딛고 예술가 꿈꾼다
  • 박철희 기자
  • 등록 2021-10-25 13:49:35

기사수정
  • 디자인 의자 직접 만들어 예산 1천만 원 절감해



부평구청 잔디광장에 알록달록 나비 의자가 놓인다. 부평숲 인천나비공원에서 근무하는 김윤철(50) 주무관의 작품이다. 김 주무관은 재료만 주어지면 목공, 디자인, 미술, 용접까지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다재다능한 금손으로 통한다.

김 주무관은 지난 4월부터 폐자재와 목재를 이용해 의자 20여개를 만들었다. 부평 캠프마켓, 만월산 터널 앞, 삼산 여울 먹거리촌, 후정공원 등 요즘 부평구에서 새로 설치된 의자들은 모두 김 주무관의 솜씨다. 그가 올해 절감한 예산만 따져도 1천만 원에 이른다.

업체에서 만들면 페인트가 다 떨어지거나, 비가 오면 물을 먹곤 하죠.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어요.”

김 주무관은 청각장애인이다. 3살 때 불의의 사고로 청각을 잃었다. 보청기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다. 사회는 비정했다. 남 보다 1년 늦게 간신히 입학한 학교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억울함을 견뎌야 했다.

선생님이 못 알아듣는다고 때리기도 했지요. 억울했어요. 그때 미술이 제 안식처였어요.”

김 주무관은 학원과 화실에서 미술을 배웠다. 집안 사정은 넉넉지 않았지만, 학원비를 절반으로 깎아준 스승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화실에 앉아 자신을 달랜 20대 초반이었다.

그는 이후 인테리어 목수, 웹 디자이너 등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장애가 항상 발목을 잡곤 했다. 그럴 때마다 잠시 쉬어가곤 했다. 결국 그가 6년 전부터 정착한 곳이 바로 부평숲 인천나비공원이다.

이제 김 주무관은 나비공원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의자, 나비 생태관, 매점, 쉼터, 포토존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나비공원을 찾는 이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저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 화가로서 비엔날레에 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장애와 가난이라는 한계가 있었어요. 이제 나비공원에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자는 이제 부평구 곳곳을 수놓고 있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역시 예술가이다.

퇴직하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도 맥가이버처럼 도와드리고 싶어요. 돈은 안 받아도 쌀이나 감자는 받을 생각이에요. 물론 저는 화가로도 살고 싶어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나가고 싶다는 꿈도 있고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기자수첩】보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제천문화원 사태, 제천시는 무엇을 했나 보조금은 ‘지원금’이 아니다.혈세다. 그리고 그 혈세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최근 제천문화원과 관련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내부 제보 내용은 단순한 회계 미숙이나 행정 착오의 수준을 넘어선다. 보조금 집행 이후 카드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되돌려받았다는 의혹, 회의참석 수당과 행사 인건비가 특정 인...
  2.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3.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4.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5. 울산시, 청년형 유홈(U home) 청년들에 인기 [뉴스21 통신=최세영 ] 유홈(달동)                          유홈(백합)유홈(삼산)유홈(양정)유홈(태화)                                ▲ 조감도제공=울산광역시울산시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청년층의 주거만족도 향상을 위해 추진 중...
  6. KTX·고속버스 한 곳에서, 익산역 환승체계 개선 구상 나서 호남 철도의 관문 '익산역'이 고속철도와 고속·시외버스,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한자리에서 갈아타는 복합환승센터로 확장하는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익산시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추진하는 '복합환승센터 혁신모델 컨설팅 지원사업' 공모에 익산역이 최종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
  7. 이동환 고양시장, 고양시 “2개 노선 도시철도망 확정” 환영 [뉴스21 통신=추현욱 ]고양특례시 관내 도시철도 2개 노선이 12일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어 국토부에서 최종 승인·고시했다.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고양시 서북부지역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 왔던 철도교통망 확충계획의 일부인 도시철도 사업이 확정되었다”라고 밝히고 “촘촘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