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동안 일본제국주의 강점기를 거친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분야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 식물이름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에서 유입되었거나 이름이 없던 꽃에 외국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차용하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우리 이름이 있는데도 이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며느리밑씻개’이다. 이 이름의 어원은 일본어로 ‘마마코노시리누구이(継子の尻拭い)’인데 ‘마마코’는 의붓자식이고 ‘시리누구이’는 뒤치다꺼리를 뜻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의붓자식 밑씻개’ 쯤 된다. 이것이 일제강점기 시절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에 빗대어 며느리밑씻개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일제 시대의 잔재임을 문제 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자체로 이미 우리 사회 통념상 용납하기 힘든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꽃의 원래 우리이름은 ‘사광이아재비’인데, 여기서 ‘사광이’는 ‘삵괭이’, 즉 ‘산에 사는 야생 고양이’라는 의미다.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한 식물로 며느리배꼽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를 ‘사광이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식물명이나 새로운 용어에 외국 이름이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공식 명칭에 외국인의 이름이 채택되고 고운 우리 이름이 삭제되는 것은 안타깝다. 일본 제국주의의 내선일체 정책의 하나라면 더 끔찍하다. 식물 이름에는 우리 말의 어원과 민족의 영혼을 담고 있고 문화의 뿌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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