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흉년에 토목공사 하지 않는다.” 정조 화성성역 중단 담화
  • 이정수
  • 등록 2014-11-18 15:10:00

기사수정
  • - 수원화성박물관 ‘농업개혁의 산실’ 특별전 윤음 원문 공개 길이 5m60㎝ 초대형 문서 정조의 덕목. 민생 방안 감동

 

▲ 수원화성 착공 22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 이정수

정조는 1794(정조 17) 1월 화성 성역(城役)을 시작했으나 같은 해 11월 돌연 공사를 중단했다. 그 해 심한 가뭄으로 전국에 기근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조는 신하들에게 내린 윤음(유화성성역동공제신윤음.諭華城城役董工諸臣綸音)에서 흉년이 들면 토목공사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을 예기(禮記)에서 들었고 조정의 정자를 치장하지 않는다는 말을 춘추전(春秋傳)에서 보았다며 중지를 명령했다.

 

정조가 화성 축성을 일시 중지하고 백성의 민생 대책을 제시하는 일종의 담화문인 윤음 원본이 수원화성박물관의 수원화성 착공 22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농업개혁의 산실, 수원화성에서 공개돼 눈길을 끈다.

 

가로 563, 세로 36크기의 이 문서는 흉년으로 인한 민간의 실태, 국가가 어려운 때 군주의 도리, 화성 주민의 민생 방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조는 삼남과 기전은 한가을에 굶주리다 못해 이리저리 떠돌고 서북의 변방 고을도 식량을 자급하기 어렵다고 보고하고 있다경작과 진휼을 놔두고 성역에만 힘을 쓰라고 한다면 인화(仁和)와 지리(地利)의 나뉨이 이렇지 않을 것이다고 하고 있다.

 

정조는 이어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왕도(王都)로부터 아득한 변방에 이르기까지 늙은이, 어린이, 부녀자, 절름발이, 귀머거리, 벙어리가 모두 나의 자식이다성역은 10년을 끌어도 괜찮지만 백성은 하루 굶고 이틀 굶어 한 달간을 참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화성 신도시 경제방안으로 내년 봄 북성(장안문) 밖 척박한 땅을 곡식 100곡 정도 뿌릴 수 있는 경계를 정하라고 개간을 지시하고 한 두 해 지나지 않아 삽을 메고 모여들어 도랑을 터서 물을 내려 보내는 아름다움을 보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조는 경지정리를 하며 도랑을 팔 때 깊이를 살펴 한 길, 또는 반 길 가량 파고 임금을 날짜로 계산하지 말고 져 나른 짐을 기준으로 하되 푯말을 세워 원근을 계산해 차등을 두라고 하는 등 매우 구체적인 지시까지 하고 있다.

 

화성성역의궤는 이에 대해 북성 밖 땅을 개간한 뒤 이듬해 봄 방죽을 쌓고 물을 채워 물을 대기 이롭게 하니 이것이 만석거다고 기록했다.

 

전시회에는 가로 5m가 넘는 정조 윤음 원본을 전시장 중심에 배치하고 한글 번역 전문을 함께 게시했다. 내용이 길지만 정조의 백성에 대한 사랑과 군주의 덕목, 산업 진흥에 대한 식견 등을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충분하다.

 

전시회에는 이밖에 정조가 수원의 유생과 글로 소통한 농사 시무책 문답, 정조가 정약용 등 경기도에 보낸 암행어사에게 흉년에 복지정책이 잘 구현되고 있는지 살피라는 봉서(封書) 등의 원본도 볼 수 있다.

 

전시회에는 특히 주요 문서의 전문, 또는 주요 부분을 현대어로 쉽게 풀어 쓴 한글번역문과 충실한 해설이 곁들여져 몰입도를 높여준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이전한 뒤 개최되는 전시회는 정조가 화성을 축성하며 시행한 농업정책, 그 뒤 수원이 농업연구의 중심지가 되는 과정 등을 보여주며 수원시가 조선시대 이후 농업의 중심도시라는 역사성을 증언한다.

 

지난 달 30일 개막한 전시회는 내년 21일까지 열린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