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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119팀, 네팔 지진피해 지역에 광주정신 나누고 귀국
  • 곽상원
  • 등록 2015-05-18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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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텐트설치, 방역, 가옥 복구 등 궂은 일 도맡으며 아픔 함께 나눔

지난 8일 지진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네팔지역의 구호와 함께 희생과 나눔의 ‘광주정신’ 실천을 위해 네팔 현지로 떠났던 2차 광주소방 119구호팀이 현지에 ‘희망의 씨앗’을 남기고 15일 오전 전원 무사히 귀국했다

 

119구호팀은 도착 다음날인 9일부터 카트만두에서 남쪽으로 40여 ㎞ 떨어진 랄릿뿌르 마니켈 지역으로 이동해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지역으로 대부분 주택이 무너지거나 금이 가서 주민들이 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집 옆에 3-4평의 움막형태의 임시거처를 마련해 생활하는 매우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첫날부터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오후 8시께 오토바이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친 환자(람기미리, 남, 48세)가 이송됐고, 동행한 아시아재해긴급구호협의회 의료진은 정전 상황에도 불구하고 119구급대 헬멧랜턴과 손전등 불을 밝힌 채 60여 바늘을 꿰매는 긴급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광주소방 119구호팀은 마니켈 주변의 지진 피해 가옥을 점검하며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집들에는 (사)희망나무에서 미리 준비해간 임시거쳐용 텐트 40여 동을 설치해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재난 후 우려되는 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해 연막소독기를 활용한 방역작업과 체인톱을 이용한 무너진 집 철거작업 및 전선위로 쓰러진 나무를 제거해 전기가 복구되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네팔 도착 이후 매일 한 두 차례씩의 여진이 계속됐지만 크게 위협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구호활동 5일차인 13일의 여진은 달랐다. 그날 119구호팀은 의료진 3명과 함께 진료소(숙소)에서 1시간 거리인 성쿠세번지역에서의 오전 구호활동을 마치고 점심을 준비하던 중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이 20여 초 정도 지속돼 인근 주택들이 추가 붕괴되고 40여 명의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상황이었다. 119구호팀은 급히 붕괴된 주택에서 가족 중 피해자가 있는지를 확인하였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제까지의 지진에 대한 관념이 한순간에 바꾸어 버릴 정도의 큰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공포의 지진이 있었던 그 순간, 진료소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출산이 임박해 며칠 전부터 진료소에 머물던 디말시나(여, 21세)씨가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한 것이다. 출산 후 출혈이 있어 의료진이 지진의 공포 속에서도 건물 내에서 지혈조치를 하는 등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정신을 펼쳤고, 현지 주민들의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그 아이는 그 후 강진(네팔어로는 부깜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한, 기간 중 몇 차례 함께 복구활동을 펼쳤고 우리팀에게 차량 지원도 해 주었던 현지지역의 네팔군부대 라나싱달 대대(대대장 a. bista)에 복구작업에 필요한 장갑 100여 켤레, 마스크 500여 개, 구조로프 등을 지원하였고, 119팀의 현지작업 종료된 13일 오후에는 그동안 119팀에서 사용하였던 연막소독기와 체인톱 등을 부대에 기부하고 사용법 등을 설명해주면서 함께 다소나마 즐겁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던 5일간 119구호팀원들은 현지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조건과 주거환경과 위생상태 등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을을 금할 수 없었는데, 특히 매일 진료소를 찾아와 함께 지내며 정이 들었던 현지 어린이들과 헤어질 때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구호팀원 중 박형주 소방장(광산소방서)은 이번 지진으로 집을 잃은 현지 어린이 어니스(남, 15세)와 부자의 연을 맺고 한국으로 초대하기로 약속하고, 김치현 소방교(북부소방서)는 락스만(14세, 남) 강가(14세, 여)의 쌍둥이 남매와 그 언니 서스미따(16세, 여)의 후원을 약속하는 등 ‘광주 아버지’의 정을 선물했다.

 

현지 작업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수도 카트만두로 돌아온 14일에도 감동적인 일이 이어졌다. 카트만두 도착 후 식당에서 식사 중 현지의 한 여인이 우리 119구호팀에 냅킨 한 장을 말없이 건네고 지나갔다. 얼른 열어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thank u all for helping us n our country. may all live happily and healthy. god blessing u all. thanks a lot!!”.

 

119구호팀장인 김희철 소방령은 얼른 쫓아가서 “우리의 구호활동은 네팔국민의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얼른 네팔 국민과 국가가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빈다. 편지 너무 고맙다.”라고 답하고, “팀원들과 함께 귀국 길에 이렇게 큰 감동의 편지를 받게 되니 그간의 고생이 다 날아가고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너무 가벼워지고 위안이 되며, 이번 네팔 구호활동이 큰 시련을 겪고 있는 네팔인들을 보듬고 작은 희망의 씨앗을 남긴 것 같아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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