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뉴스영상캡쳐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걸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 이란 신정체제가 약화되거나 무력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과거 이란 정권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걸프 국가들조차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걸프 지역의 한 고위 관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무차별적인 보복 공격을 고려하면 이번 전쟁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는 이란이 주변 국가를 위협하지 못할 정도로 약화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압둘아지즈 사게르 걸프연구센터 회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란이 걸프 국가들과 관련된 여러 사안에서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는 인식이 지역 전반에 퍼져 있다”며 “초기에는 전쟁에 반대했지만 우리를 공격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동 국제문제협의회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우리는 이 전쟁을 원한 적이 없지만 그 결과는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안보 문제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하며, 과거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술탄 알 자베르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 장관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국가들에 대한 공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능력, 그리고 대리 세력 네트워크 등 모든 위협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걸프 지역에서는 이란이 향후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하나드 셀룸 카타르 도하대학원 교수는 “전쟁이 지금 끝나고 이란이 ‘미국을 물리쳤다’며 승리를 선언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며 “그렇게 되면 이란은 압박을 받을 때마다 걸프 지역 전체를 인질처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확실히 약화시키는 것이 걸프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들과 서방 및 아랍 국가 외교관들에 따르면 미국은 걸프 국가들에게 대이란 군사 작전에 동참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려면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걸프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3일 전쟁 발발 이후 걸프 지역 국가들이 에너지 분야에서 약 15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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