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서귀포=서민철 기자] 제주 서귀포시의 명소인 쇠소깍 수상 레저 사업이 수십억 원대 '수익금 불투명 집행 의혹'에 휩싸였다. 2018년 행정 당국의 중재로 마을회와 개인사업자가 결합한 '하효쇠소깍협동조합'이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회계 장부상 돈이 쌓이지 않는 기형적인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 23억 순이익의 행방: 매년 '0원 리셋'되는 장부
본지가 단독 입수한 쇠소깍협동조합의 6년 치(2019~2024년) 재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이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 약 23억 3천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합의 회계 처리는 상식 밖이었다. 조합은 매년 연말 결산 시, 전년도에 남아있던 ‘이월 이익잉여금'을 다음 해 장부에 누적하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즉, 2019년에 남긴 4억 8천만 원이 2020년 장부에서 사라지고, 2020년에 번 돈만 다시 계산되는 '리셋'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내부 고발자인 지점 A 감사는 "발생한 이익금이 정관상 절차인 총회 의결이나 배당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말마다 하효마을회 산하 노인회, 부녀회 등 자생단체에 '기부금'이나 '행사비'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을 제외하고라도 나머지 수십억 원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협동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 내부 시스템 붕괴, '파행'으로 치닫는 협동조합
이러한 불투명한 자금 집행은 조합 내 권력 갈등으로 비화했다. 내부 고발자 A 감사는 지난 8월, 조합을 대표해 쇠소깍협동조합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 감사는 이사장 측이 정당한 감사 활동을 방해했고, 수익금을 부적절하게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쇠소깍협동조합 이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감사 B 씨가 지점 A 감사의 동의 없이 법원에 소 취하서를 제출해 논란은 커졌다. A 감사는 "이는 명백한 감사 업무 방해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소송을 재차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쇠소깍협동조합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계는 외부 감사를 통해 문제없이 처리되었으며, 소송 중인 사안이라 상세한 답변은 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해명을 거부했다.
◇ 서귀포 시청의 '위험한 방관'... 관리 감독 부실 도마 위
더욱 심각한 것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서귀포 시청의 소극적 태도다. 시청은 국가 지정 문화재 구역 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매년 갱신해주는 권한을 쥐고 있다.
그러나 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조합 내부의 자금 집행 문제는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행정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십억 원의 수익금이 쌓이지 않고 새어나가는 '밑 빠진 독'과 같은 기형적 운영 실태가 수년째 이어졌음에도, 시청은 허가 조건인 공익성과 재정 건전성 심사를 방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행정 전문가는 "공공 자산을 활용해 벌어들인 수익이 불투명하게 유출되는 상황은 허가 조건 위반에 해당한다"며 "서귀포시가 허가권이라는 무기를 쓰지 않고 '재판 결과만 기다리겠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면 감사 필요
이번 쇠소깍협동조합 사태는 '지역 상생'을 명분으로 탄생한 구조가 어떻게 토착 권력의 방패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사법 당국은 불투명한 자금 집행의 진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며, 서귀포시는 허가권자로서 조합 운영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통해 투명성 확보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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