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가을 은행잎이 황금빛으로 물든 서울 사직단. 잎새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는 이곳에서,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을 기리는 장엄한 제천 행사가 열린다. 단기 4358년, 서기 2025년을 맞아 치러지는 '개천절 대제전'은 단군의 나라 세움, 곧 '하늘이 열린 날'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식이다.
행사의 무대가 되는 사직단 단군성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단군성전 건축물로, 1968년 이희봉 여사의 뜻과 여러 기부자들의 헌신으로 처음 세워졌다.
이후 사단법인 현정회로 관리가 이관되었고, 1973년 서울시의 보호문화재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성전 규모는 약 800㎡에 이르며 정문, 태극정문, 관리실 등이 갖춰져 있어 단군 숭앙의 공간으로서 엄숙한 위용을 보여준다.
성전 내부에는 정부 표준 '단군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홍석봉 작가의 그림과 함께 국민경모 단군상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민족 정체성과 정신문화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안내문이 강조하듯, 이곳은 '우리 겨레의 고조선 시조 단군왕검을 모신 성역'이며, 방문객은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 숙이고 예의를 갖추도록 권하고 있다.

오는 2025년 11월 22일 오전 11시, 바로 이 성전에서 개천절 대제전이 봉행된다.
행사는 (사)현정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종로구가 후원하며, 남북문화교류협회, 서울국악원 등 다양한 민족˙문화 단체가 참여한다. 현수막에 담긴 단군의 형상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잊지 말아야 할 뿌리의 얼굴이자 가르침의 상징이다.
개천절 대제전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라는 건국 이념을 현대 사회에 되새기고,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향한 정신을 실천하는 자리다. 오늘날 갈등과 분열 속에서도 단군 정신은 우리에게 상생(相生)과 조화(調和)의 가치를 일깨운다.
행사 관계자는 "단군성전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적 근원"이라며 "많은 시민이 참여해 개천의 의미를 도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직단을 가득 채운 금빛 은행나무는 마치 오랜 세월 단군의 얼을 지켜온 수호자처럼 서 있었다.
올해 개천절 대제전은 다시 한번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늘이 열린 날, 그 뜻을 마음에 되새기며 단군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