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공개매수 기간에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 규모에 대한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자사주 취득 한도에 대해 영풍·MBK 연합은 0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고려아연은 6조원이라고 반박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에 대해 기각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자와 특수관계자는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주식을 사지 못한다'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가처분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가 의결권 공동행사 등에 관해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허용했다.
영풍·MBK 연합은 곧바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 중단' 가처분이다. 이날 기각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과 별개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주주의 이익에 손해를 주는 배임행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영풍·MBK 연합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이사가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경영권을 위해 회사 자금을 동원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경영권 방어를 할 경우,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충실의무 위반행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재까지 영풍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자사주 취득행위가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판결했지만, 급박해진 영풍·MBK 연합이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규모도 천지차이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이 지난 3월 주총에서 정한 이익잉여금 2693억원 한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미 중간배당 등으로 다 사용해버렸다는 주장이다. MBK 측은 "고려아연은 올해 더 이상 자사주를 살 금원이 남아 있지 않고, 이사회 결의를 하더라도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규모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까지 냈다. MBK는 고려아연이 "올해 더 이상 자사주를 취득할 금원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지만 영풍 측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이월 이익잉여금은 약 586억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 같은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영풍·MBK 연합 주장은 중간배당과 비상장법인에 적용되는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상장사인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회사의 자사주 취득 가능 규모는 상법에 따라 산정되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상법 제341조를 보면 자사주는 회사의 순자산(자본)에서 자본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등을 뺀 규모 내에서 취득할 수 있다. 자본만 넉넉하다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기반으로 고려아연이 산정한 자사주 취득 한도는 대략 6조원이다.
고려아연은 빚으로도 자사주를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2021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자사주 취득 한도인 배당가능이익은 개념상 회사가 당기에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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