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덤덤하게 녹여내서 더욱 먹먹한 ‘유산 고백’으로 안방극장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전도연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연출 허진호, 박홍수, 극본 김지혜)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인간실격’ 8회에서 전도연은 강재(류준열)에게 뱃속에 품었던 아이를 잃게 됐던, 유산의 참담한 아픔과 상처를 툭툭 내뱉듯이 쏟아내며 슬픔을 배가시켰다.
극중 부정(전도연)은 옥상에서 또 다시 강재와 마주치자 놀란 듯 한참을 가만히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강재와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으며 부정은 핸드백 속에 토마토주스 병이 보이자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안보이게 가렸다. 하지만 부정은 강재가 앞선 모텔에서의 일을 물어보자 “여기서는 그 얘기 안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자신의 일탈 같은 행동에 대해 일축시켰다.
부정은 “다음에 우연히 만나면 같이 죽기로 했었는데...생각보다 너무 빨리 만났네요”라는 강재에게 “원래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해요? 같이 죽자 뭐 그런 말”이라며 질문했고 안 한다는 강재에게 “근데 왜 했어요?”라며 다시 한 번 의도를 물었다. 이어 부정은 강재가 산 라면이 뭔지 알아맞히고는 놀라워하는 강재에게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좋은 거에요”라고 말했다. 강재가 좋아하는 게 없냐고 묻자 “그런 거 같애요. 옛날엔 있었는데. 근데 언제부터인지는 그냥 다 비슷해요.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고, 쉽지도 어렵지도 않고”라며 어느새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감정의 희비조차 퇴색돼버린 자신에 대한 속내를 끄집어냈다.
더욱이 부정은 “작년에 잠깐 아이가 있었거든요. 뱃속에 한 5개월 정도”라고 입을 뗀 후 “너무 바쁠 때라서 좋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잃어버렸어요. 아직 좋아하지도 못했는데...”라면서 유산한 사실에 대해 덤덤히 털어놨다. “몸은 너무 힘들고 눈물을 계속 쏟아지는데 속마음은 그냥 이상하게 비슷했어요”라며 아이를 잃었던 그 순간을 떠올린 부정은 “좋아하는 게 없어지면 좋아하는 것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사라져요”라며 지친 표정으로 담담하게 회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부정은 강재에게 아까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부탁했고, 노래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나란히 선 채 나지막이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빵을 나눠 먹으며 감정을 주고받았다.
이후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강재는 블라우스 뒤편 단추가 열려있었다며 걱정을 드러냈던 터. 그때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가 올라탔고, 아이가 잠투정으로 칭얼거리자 강재는 부정을 슬쩍 쳐다보며 의식했다. 그리고 부정은 오피스텔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아버지 창숙(박인환)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함께 집으로 향했다. 부정은 아버지 집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열린 블라우스의 뒷단추를 만져보며 “혹시 다음에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우리 같이 죽을래요?”라던 강재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버지 옆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하며 곰곰이 오늘 일을 떠올리다 “아부지 그런 적 있어요? 심장이 너무 뛰어서 옷이 이렇게 이렇게 같이 움직이는 거”라고 오랜만에 경험한 감정에 대한 생경함을 드러냈다. 이내 부정은 “진짜 뛰었대요. 달린 것도 아니고, 놀란 것도 아니고, 너무 좋은 것도 아닌데”라면서 강재와 감정이 찌르르 통한, 공감의 시간을 되새겼다.
그런가 하면 부정은 산부인과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강재가 죽은 정우(나현우)의 핸드폰으로 보낸 ‘cafe-hallelujah’의 긴 메시지에 “병원 근처를 지나다가 민수 생각이 나서 연락드려요. 아이는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보냈다. 부정이 검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으려는 사이, 복잡한 얼굴로 고민하던 강재는 “아이는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라고 날렸고, 한참을 보고 있던 부정은 자신이 유산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어떤 답을 할 수가 없던 부정은 괴로워하며 눈물이 터지는 듯 주저앉아 엎드렸고, 부정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강재의 모습이 담기면서 같은 고통의 힘듦을 짊어진 두 사람의 앞으로를 궁금하게 했다.
이와 관련 전도연은 죽음에 대한 공감대를 갖게 된 강재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섬세한 변화부터, 아이를 유산했던 고통을 소리 없이 토해내는 내면의 울음까지 짙은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펼쳐내며 부정의 아픔을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본 전도연의 연기 중 최고 인 것 같다. 전도연의 연기 인생에 리스펙트를 주고 싶은 연기다!” “전도연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정말 말 그대로 숨을 죽이고 봤다. 심장이 떨려서” “짧디 짧은 몇 초를 영겁의 시간처럼 그 진의를 느끼게 해주는 전도연의 명품 연기”, “전도연은 눈길이 머무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주변의 공기가 마치 나한테까지 다가와 내가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마법 같은 힘이 있다” 등 감동적인 소감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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