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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4분기 설비투자 12조원 돌파… 올해도 ‘HBM 주도권 탈환’ 고삐
  • 추현욱
  • 등록 2026-04-02 19: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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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HBM4 업계 첫 양산 출하… 마이크론도 공식 발표
  • SK하이닉스는 아직… “설계 변경 작업 지속 중인 듯”

사진=네이버db 갈무리


[뉴스21 통신=추현욱 ]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에만 설비투자에 12조3488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한해 설비투자액은 30조173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약 40%가 4분기에 집행된 것입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마이크론 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설비투자 확대 기조가 올해도 유지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작년 연간 매출(97조1467억원)의 31.1%에 해당하는 금액을 설비투자에 투입했습니다. 2024년 설비투자(17조9560억원)와 비교해 68.0% 급증한 것입니다. 작년 3분기까지는 설비투자액이 분기당 5조~6조원 수준을 유지했는데, 4분기에는 12조원을 돌파한 점이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린 시점이 ‘HBM 시장 주도권’이 흔들린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까지 사실상 엔비디아의 독점 공급사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삼성전자·마이크론도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는 했지만, SK하이닉스의 공급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도가 작년 하반기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고, 이런 기조가 다음 세대 제품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6세대 HBM(HBM4)의 ‘세계 최초 양산 출하’를 발표하면서 SK하이닉스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HBM4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하는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제품입니다.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HBM4를 설계해 양산에 돌입한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7세대 HBM(HBM4E) 실물도 지난달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6에서 전시하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마이크론의 추격도 만만찮습니다. 마이크론은 GTC 2026 개막에 맞춰 HBM4의 양산 출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론이 베라 루빈 초기 공급에 탈락했다는 추정도 나왔으나, 마이크론은 양산 출하된 자사 HBM4가 “베라 루빈을 위해 설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작년 9월 HBM4에 대해 업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출하 소식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SK하이닉스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설계 변경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대규모로 늘린 건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HBM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확대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도 작년 연간 실적 자료에서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확대 정황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네덜란드 ASML로부터 11조9496억원 규모의 극자외선(EUV) 스캐너 장비 도입을 결정했는데요. 여기에는 운영을 위한 신규 기계 장치·설치·개조에 소요되는 금액도 포함됩니다. 2027년 12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진행되는 EUV 장비 확대의 목적으로는 ‘차세대 공정 양산 대응’을 들었습니다. HBM4를 포함한 AI 메모리 수요 증가와 함께 범용 D램 수요 확대에 맞춰 설비를 추가한 것입니다.


지난 2월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생산시설) 건설에 2030년 12월 말까지 21조6081억원 투자를 추가 집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1기 팹 건설에 투입되는 전체 투자 규모는 31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아파트 50층 높이로 지어지고 있는 1기 팹은 총 2개의 골조와 6개의 클린룸으로 구성됩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투자 집행을 통해 클린룸을 조기에 열어 고객 수요에 대응할 방침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네덜란드 베시가 공동 개발한 하이브리드 본딩 인라인 장비 1기도 구매하는 등 차세대 제조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투자 재원 마련도 진행 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 신청서(Form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달 24일 비공개로 제출했습니다. ADR은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자사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권을 말합니다. 주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죠. 발행 규모나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약 10조~15조원 정도가 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026년 주주총회에서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의 30% 안팎을 설비투자에 집행하는 기조(설비투자 규율·CapExDiscipline)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238조5368억원에 달하는데요. 설비투자 비율이 올해도 유지된다면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장비·설비 투자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면서도 “HBM 시장 주도권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온 뒤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 생산 역량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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