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였다.”
“잘못 첨부됐다.”
김대호 제천시 정책보좌관이 기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 김창규 시장 선거조직 관리 문건으로 보이는 대규모 명부가 동봉된 사실이 드러난 뒤 나온 해명이다. 그러나 이 한마디로 덮기엔, 문건의 성격과 무게가 너무 무겁다.
문건에는 실명, 직업, 읍·면·동별 분류는 물론 ‘핵심·상·중’ 등 선거 기여도 평가, 동원 가능 인원으로 추정되는 수치까지 빼곡히 담겨 있다.
누가 봐도 즉흥적인 메모나 개인적 참고 자료로 보기 어렵다. 조직적으로 관리·활용되는 선거용 내부 문건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 문건이 제천시청 정책보좌관, 그것도 김창규 시장의 최측근 인사의 이메일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일탈”로 끝낼 수 없는 이유
김대호 보좌관은 단순한 계약직이나 외부 인사가 아니다.
시장 취임 이후 핵심 정책 라인에서 활동해온 5급 상당 정책보좌관, 즉 행정 내부와 정치 지형을 동시에 꿰뚫고 있는 자리다.
그런 인사의 컴퓨터 안에, 그것도 김창규 시장 지지자 명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료가 존재했다는 점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정말 개인이 혼자 만들고, 혼자 관리하고, 혼자 실수로 보냈을까.
아니면 시청 내부에서 당연한 듯 관리돼 오던 ‘선거용 자료’가 우연히 외부로 흘러나온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이번 사안은 절대 봉합되지 않는다.
◆“동의한 적 없다”는 시민들… 이미 신뢰는 무너졌다.
명부에 이름이 오른 시민들 상당수는 “동의한 적도, 선거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왜 ‘핵심’으로 분류됐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실명과 직업을 특정 후보 지지자로 규정하고, 등급을 매겨 관리했다면 이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행정이 시민을 관리 대상으로 여겼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선관위까지 간 사안… 이제 ‘공적 판단’의 영역
이미 이 사안은 기자 개인의 문제 제기나 정치적 공방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24일, 김대호 보좌관이 발송한 이메일 원본과 첨부 문건이 제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제출됐고, 선관위는 상부 기관과 조사 착수 여부를 논의 중이다.
선관위의 판단 대상은 명확하다.
▲사전선거운동 여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가능성
이 중 어느 하나만 해당해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김창규 시장, 침묵이 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창규 제천시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측근 보좌관의 ‘실수’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본인은 전혀 몰랐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힐 것인가.
정치에서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특히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선거조직 문건이 시청에서 나왔을 때, 침묵은 책임 회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문건 유출이 아니다. 행정 권력이 선거를 얼마나 가까이 두고 있었는가, 시민의 개인정보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취급됐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선관위의 판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공은 김창규 시장에게 넘어왔다.
시민 앞에서 설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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