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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별을 듣는다...다원예술 프로젝트 '유목증후군' 개최
  • 장은숙
  • 등록 2018-07-23 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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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티스트 토크와 최고은 밴드 공연 등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


▲ 유목증후군 전시실, 사진 김상태



엘리펀트스페이스는 7월 20일(금)부터 8월 12일(일)까지 ‘유목증후군 - 어둠이 낮보다 먼저 오듯(이하 유목증후군)’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개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동명앨범 ‘노마드신드롬’에서 출발하여 ‘유목’과 ‘증후군’에 집중한 음악, 사진,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장르를 초월한 작품을 선보인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동시대 작가들은 자신만의 예술 형식으로 관람객과 공유할 수 있는 유목의 풍경을 하나의 음악- 공간(Music-Room) 안에 펼쳐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신체의 자유를 획득하는 동시에 갈 곳을 표기하지 않는 지도를 손에 움켜지게 되었다. 유목의 일상에서 남겨진 흔적과 파편을 싱어송라이터 최고은과 염지희, 최요한, 프로젝트-레벨나인, 황현우가 함께 탐구해간다. 


노마드(Nomad)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늘날 노마드가 지닌 익숙함, 때로는 진부하기까지 한 감정에 덮여 드러나지 않았던 노마드의 ‘증후군(Syndrome)’적 성격에 집중하고자 한다.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복수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나, 그것의 원인 관계가 불분명하여 질병(Disease)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증상의 집합을 가리킨다. 노마드이기를 요구하는 오늘날, 우리의 몸은 어디든 유목할 수 있는 자유는 얻었으나 그 누구도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주지 않기에 증후군의 증상들이 드러난다. 매일 새로운 공간의 영역에서 매번 다른 위계질서를 만들어 내는 유목의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증후군이 전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어떤 소리와 풍경의 흔적일지 살펴본다. 


전시는 총 3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제1공간은 어둠이 내려앉은 음악-공간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원형의 구조물이 놓여 있으며, 관람객은 자유롭게 원의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유목하게 된다. 그리고 발걸음의 리듬이 밝혀내는 빛 아래 유목증후군을 담은 5개의 장을 만나게 된다. 각각의 빛은 고대부터 유목민이 보았을 밤하늘의 별을 상징하는 동시에, 별과 별의 관계성으로 만들어지는 가상의 별자리는 공간 전체를 늘 바뀌는 유동적인 질서의 세계에 배치한다. 


작가 염지희는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낯설게 하면서 동시에 익숙한 것들의 재구성으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감상자로 하여금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동명 앨범인 ‘노마드신드롬’의 제작과정과 전반의 기록 영상, 사진, 기록물을 선보인다. 그는 ‘당신의 정서적 고향은 어디인가요?’라는 이번 전시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의 유목적 삶에 대한 생각을 음악 작업으로 표현하고 공유한다. 


사진작가 최요한은 ‘유목’과 ‘증후군’이라는 키워드로 마치 줄타기 하듯 균형을 맞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공적인 기억을 작업의 모티브로 사진과 텍스트 작업을 이어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채집한 사진과 텍스트를 엮은 작업을 보여준다. 그는 사진이 무언가를 절단시키고 고립시키는 민첩한 매체라 생각하며 작업의 파편을 늘어놓는 방식과 작업을 한데 묶어 보는 방식으로 감상자의 해석을 확장시킨다. 


황현우는 유목이 만들어내는 리듬의 세계와 최고은의 유목증후군으로 출발하는 사운드 작업을 재구성하여 공간 전체를 감싸게 되는 작업을 선보인다.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5개의 이야기는 염지희, 최고은, 최요한, 프로젝트-레벨나인, 황현우가 바라본 유목의 풍경이자 기록되지 않는 음악, 보이지 않는 풍경, 파편의 기록, 그리고 편집불가의 아카이브에 대한 증거이다. 


제2공간은 프로젝트-레벨나인이 관람객과 함께 만들어내는 기억-공간이다. 최고은의 동명 앨범은 우리 스스로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당신의 정서적 고향은 어디인가요?” 이 시대의 유목증후군을 앓고 있는 우리에게 고향(Heimat)이 어떠한 기억으로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작업이다. 혹은 고향이 망각되어 가는 기억이 기록되는 작업이다. 관람객이 남기는 개개인의 기억은 거대한 출력기를 통해 하나의 집합-기억으로 새겨지나, 결코 사회적 틀 안에서 기록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고향에 대한 진실한 기억의 부재를 극적으로 나타내는 기록의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알아볼 수 없는 기록, 망각을 향해 가는 기억이 남겨진 공간에서 관람객은 유목의 끝에 놓이는 목적지, 그게 고향으로 불릴 수 있다면, 각자의 고향을 마주하 게 된다. 관람객이 남기는 기억의 뭉치는 하나의 아카이브 작업이 되어 제3공간으로 이어지게 된다. 


제3공간은 제1공간 음악-공간의 거울(시뮬라크르)이자, 제2공간 기억-공간의 흔적(팰림세스트) 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제3공간은 모바일에서 이루어지는 가상의 전시공간이다. 제3 공간을 통해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유목의 흔적이 밝혀내는 증후군의 증거들이 하나의 별자리 가 되어 유목의 밤을 밝히게 된다. 


이번 다원예술 프로젝트는 전시이기보다는 유목증후군에 대한 구술기록, 목격담, 탐험기에 가깝다. 그래서 그 자체로 유목을 닮았다. 유목의 길은 계속해서 갈라지고,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관계망이 생겨난다. 전시 기간 내내 전시, 퍼포먼스, 강연, 상영, 그리고 출판의 형태로 계속해서 분화되어 가는 형태를 띨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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