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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의 양면…사교육 일번지에 600년 된 마을이? - 서울역사박물관『2017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발간 - 맞춤형 모든 강의를 공급하는 대치동 사교육 구조의 형성과 특징 조사 - 530년 된 은행나무와 함께 대치동을 지켜온 구마을의 마을 모습 지도로 복원 박신태 본부장
  • 기사등록 2018-06-25 20: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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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21통신/서울동부취재본부)= 대치동은 강남의 행정구역을 넘어 학원가의 대명사로 전국 곳곳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논밭과 침수지였던 대치동은 아파트촌과 학원가로 성장하였고, 대치동의 오래된 마을 한티마을은 은행나무와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가 형성된 이유와 특성 한티마을의 옛 모습, 대치동은 어떤 지역일까?

 서울역사박물관은 2006년부터 서울의 지역조사를 10년 넘게 지속해왔으며, 2017년에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도시센터(연구책임: 박배균)와 공동으로 대치동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담은대치동 사교육 일번지보고서를 20185월 발간하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강의가 가능한,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

 대치동에 학원이 왜 몰려들었을까?_학원밀집지의 형성

 

▲ 사진: 서울시 제공


 대치동이 사교육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며, 그 배경에는 강남 명문중고가 즐비한 대치동의 교육열기와 입시제도와 학원규제의 변화, 고학력 강사군의 유입, 유해업소가 없는 대치동의 입지여건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운동권 학생들과, 전교조 출신 고학력자들이 학원가로 대거 유입되었고, 1992년 학원수강 금지 해제, 1994년 수능제도 도입으로 학원가는 급성장하였다. 대치동 주변에는 휘문고, 숙명여고 등 명문고가 다수 포진되어 있어 높은 교육열을 지닌 수요층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었기에 유해업소가 없는 안정적인 주거지로서 주변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에 학원들이 속속 자리잡았다.

 

 대치동이 대형학원들이 들어서면서 사교육일번지의 명성을 얻게 되는데, 신호탄이 된 것이 정상어학원(1986)이며, 이어 강남대일학원(1993), 메가스터디(2000)가 설립되어 2014년 기준 대치동에는 1056(사업체자료 기준)의 학원이 있다.


 대치동에는 어떤 사람들이 거주할까?_학령기 자녀를 둔 거주민의 특성

 

▲ 사진: 서울시 제공


 대치동에는 학령기 아이들을 둔 40대 부모와 10대 자녀들이 있는 가정이 주를 이루며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거의 그 틀이 유지되고 있다. 전출입의 특성도 40대 인구전입이 가장 많고, 입시를 마감한 20대 인구전출이 가능 많다. 2017년 대치초등학교 5학년의 한 반을 조사한 결과 26명의 학생 중 15명이 지방, 외국, 인근지역에서 전학 온 아이들이었다.

 

 소위 대전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대치동에 전세로 머무는 가구를 지칭한다. 실례로 은마아파트는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로 인해 전체 가구수 중 전세비율이 60~70% 될 정도로 높다고 한다. 은마아파트의 W공인중개사에서 입수한 부동산 장부를 분석해보면, 학년이 바뀌는 1~3월 사이 이주가 년중 가장 높고, 은마아파트 28개동 중 대치사거리 학원가와 가까운 15동이 가장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의 거주자 특성을 보면, 1998년 전국 주요 기업의 이사 이상 5100명 중 대치동 거주자가 51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동아일보, 199818일자), 대치동 거주자들의 은마에서 자식 자랑말고, 미도에서 돈 자랑말고, 선경에서 권력 자랑 말라는 말을 통해 대치동에는 상당한 학력과 재력, 직업을 지닌 이들이 거주한 것을 알 수 있다.


 , 학원하면 대치동인가?_사교육의 생산과 소비시스템


▲ 사진: 서울시 제공


 대치동에서는 각각의 특색과 수요에 맞는 대형학원, 소규모 보습학원, 재수생 종합학원, 영재학교 입시를 위한 맞춤형 그룹과외, 내신 대비 수업, 구멍메꾸기(부족한 과목 보강) 등 강의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학원, 강사, 상담실장, 학부모간의 긴밀한 네트워크와 더불어 학원관련 부동산, 학생식당, 단기 주거시설, 독서실, 인쇄소, 입시전략연구소 등 입시를 위한 전방위 시스템을 집적하고 있다.

 

 강의 생산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일명 일타강사(유명 스타강사) 위주의 대규모 수능강의를 비롯하여, 전문성을 강화하여 특목고, 재외국민 특별전형 대비하는 중소규모의 전문학원 등 여러 종류의 학원들이 있다. 강사는 특정 학원에 계약되어 있기보다는 팀(수업을 받는 학생 그룹)이 구성된 곳이면 어디든 강의가 가능하다. 이를 매개하는 역할이 학원의 상담실장이며, 실장은 학원(장소), 학생과 학부모(수요자), 강사(생산자)를 연결하여 강의를 만들어낸다.

 

▲ 사진: 서울시 제공


 이외 사교육을 지원하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학사와 고시원이 있는데, 독서실에서는 1인실 공간뿐만 아니라, 소규모 과외와 강의가 이루어지는 소규모 사교육공간이기도 하고, 스터디카페는 밤 10시 이후 학원 수업을 금지하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우며, 다양한 소규모 강의가 가능한 곳이다. 수험생의 삶을 관리해주는 학사와 고시원은 방마다 설치된 CCTV로 규칙적인 생활을 관리하고 취침과 기상을 스피커를 통해 안내한다. 또한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대치동 학원을 이용하려는 수강생들을 위한 단기임대도 대치4동 다세대주택가 중심으로 발생하며, 최근에는 학원과 연계하여 주변 호텔에 투숙하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포항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20171115일 대치동 학원가는 발빠르게 일주일 단기 특강을 개설했다. ‘지구가 내린 일주일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이렇듯 대치동 학원가 어떤 상황에서든 강의를 공급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치동 학생들의 일상적 모습_학원에서 만들어지는 학생들

 

▲ 사진: 서울시 제공


 휘문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오전 7시부터 오후5시까지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후 집, 식당, PC방 등을 거쳐 오후 6시 경부터는 학원으로 대부분 이동한다. 10시까지 학원수업을 마친 후 귀가하거나 독서실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하거나 약간의 여가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잠깐의 시간을 내어 놀아야하기 때문에 코인노래방과 PC방이 인기이며, 이러한 경향 때문에 학원건물 지하에는 코인노래방과 PC방이 세트처럼 엮여있다.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거나 아니면 학원근처 식당에서 빠르게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학생과 학원을 위한 장부가 있어 선결제 후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휘문고 어느 남학생의 경우는 대치동 아이들은 거의 학원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교의 면학분위기와 주변의 성적 좋은 학생들을 보면서 경각심이 생기고 공부해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한다.

 

 대치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휠팩(바퀴달린 가방)을 끌고 있는 학 생과 학부모의 모습이다. 대치동의 A 어학원은 미국교과서를 중심으로 강의하는 곳으로 이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능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학원에서 제공하는 휠팩은 학생과 학부모의 뿌듯한 상징처럼 여겨진다.


 온 가족이 대치동에 입학한다.’ 대치동의 학부모로 산다는 것

 

▲ 사진: 서울시 제공


 몇몇의 대치동 학부모들을 만나본 결과, 학원정보를 독식하는 소위 말하는 돼지엄마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입시제도가 매우 복잡해진 만큼 학원정보가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 내게 맞는 입시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핵심이며 그런 의미에서 학부모는 입시정보와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빠르게 찾아나가야 하는 중심이라고 한다.

 

 대치동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인 엄마들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다. 이곳에서 학부모들은 학원정보나 강사정보를 공유하고, 강의 그룹을 짜기도 하면서 정보를 교환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원으로 움직이는 초등생 3시 전후, 중고등학생 6시 전후, 10시 전후는 아이들을 태우러 온 부모의 차로 대치동 일대는 교통마비를 이룬다.

 

 특히 입시생이 있는 가족의 주거공간은 학생위주로 재편된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독서실 책상을 거실에 두고 부모가 학습을 관리하거나, 거실장에 TV을 보관하고 열쇠로 잠궈 TV 시청을 제한하는 풍경이 나타나기도 한다.

잘난 사람없고, 못난 없는, 모범부락_ 600년 된 대치동 구마을 (한티마을)

 대치동 한티마을의 유래_ 조선시대 선정릉과 봉은사와 관계된 마을

 

 은마아파트와 휘문고등학교 사이 언덕은 대치동 구마을로 불리는 한티마을이다. 마을 초입에는 530년 된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이 땅에 농사를 일구며 살아가는 96105세대가 모여사는 마을이었다.

 

 이곳은 한티마을, 한터마을로 불리는데, 한티마을은 대치의 한글말로 큰 언덕을 뜻하는 말이며, 한터마을은 이 마을의 유래와 관련 있는 말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가 이 마을에서 전해진다. 옛날 이 마을에 스님이 와서 이 마을은 부자마을이 될 수 없고, 명당도 없으나 자신이 앉아 있는 이 자리만은 명당자리라며 그 곳에 은행나무 지팡이를 꽂고, 앞으로 자라날 은행나무를 정성껏 보살피면 이 마을 번창할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한다. 여기 한 자리한터라는 의미로 마을이름이 사용되었다. 또한 마을 서쪽에 있는 언덕은 쪽박산이라 불리는데 이곳이 없어지지 않으면 마을이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이 구전되기도 한다. 이런 마을의 유래와 은행나무 수령이 530년 된 점을 비추어 볼 때 대치동 구마을은 600년 된 동네라 추측된다.

 

 또한 주변에 위치한 선정릉과 봉은사와의 지리적 관계를 볼 때 이곳은 두 개의 시설과 관련한 형성된 마을일 것이라 추측되며, 마을의 지명에서도 능안말이 존재한다는 점도 이를 증빙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호박, 오이, 참외 등을 수확하는 농촌 모범부락

 

▲ 사진: 서울시 제공


 탄천과 양재천을 끼고 있는 지리적 입지상 이곳은 잦은 수해가 발생했고, 주거지도 자연스럽게 높은 지대에 위치하게 되었다. 탄천주변 저지대는 농토로 활용하여 호박, 오이, 참외 등 채소와 과일 위주의 농사가 이루어졌다. 특히 이른 봄에 심어 장마철 직전에 수확하는 봄보리가 주요한 생산물로 주변지역보다 경제적 여건은 어려웠기 때문에 대치리에는 딸 시집 안 보낸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기존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토지구획정리사업에도 도로와 지형은 유지되었으며, 개발이 시작되면서 1970, 1971년에 비로소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고 주택이 건설되어 외지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530년 된 은행나무에 드리는 제례 행사

 

 매년 7월 초하루면 은행나무 제례 행사가 이루어졌다. 제례날 새벽에 우물을 푸기 시작하여 우물청소를 하고, 새로 채워진 우물을 퍼서 은행나무 치성을 드렸다. 이러한 행사는 마을이 개발된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2016년 부터는 대치동 전체의 행사로 발전하여 한티골 은행나무 문화축제로 11월 첫째주 토요일에 개최되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 토박이들이 모여 제작한 마을모습 복원도

 

 한티마을 토박이들은 마을의 모습을 담은 지도를 만들기 위해 여러차례 시도했고, 여러 간략한 판본이 있다. 이중 1999년에 그려진 지도에는 96호의 가옥과 세대주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을 정도로 자세했다. 이런 그림지도를 바탕으로 항공사진, 구술을 통해 1960년대 마을 지도를 완성하였다.

 

 마을에는 중간말, 능안말, 아랫말, 움말, 새말로 구분된 거주공간이 있었으며, 그 외 5개의 공동우물, 공회당(마을회관), 상여창고, 공동묘지, 연자방아 등이 있었다.


2017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사교육1번지 대치동서울책방(02-739-7033)과 서울역사박물관(02-724-0272) 뮤지엄숍에서 구할 수 있다. (가격 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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