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EU "한국,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우리 정부 "조세 주권 침해"
  • 조기환
  • 등록 2017-12-06 11:37:30
  • 수정 2017-12-06 11:37:53

기사수정
  • - 한국 포함 17개국 블랙리스트 올라


한국이 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그레나다, 괌, 마카오, 마샬군도, 몽골, 나미비아, 팔라우, 파나마,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마카오, 몽골 3개국이 이른바 '조세회피국'으로 낙인 찍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강력반발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 슈퍼리치들의 조세회피 문제의 심각성이 여러차례 제기돼왔지만, EU가 이번처럼 17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47개국을 감시국으로 지정하기는 처음이다.


CNN은 관련기사를 보도하면서 아예 제목을 '한국이 EU의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다'로 뽑았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조세회피처로 지목된데에 대해 관심을 나타났다. 그동안 조세회피처라고 하면 으례 카리브해의 섬나라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EU의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를 왜 조세회피처로 지목했는지 추정할 수있다. EU는 각국이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국제적 기준들에 맞추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스트가 발표되기 전까지 지난 수개월동안 해당국과 EU간의 대화 과정에서 기존 방식을 바꾸겠다는 충분한 결의를 나타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조세회피 관련 규제가 국제법 수준에 맞지 않는데다가,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 조세회피국인 버뮤다나 케이먼 군도, 영국령 저지 섬 등은 '감시국'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블랙리스트가 EU 법과 연결된다면서, 해당국이 EU의 개발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종의 제재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해당국이 조세회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데 EU와 합의할 경우는 제외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조세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면서 "(해당국) 재무장관들에게 그 어떤 소극적인 태도도 피할 것을 촉구한다. (개혁을 약속한)국가들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세금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에게 계속 압력을 행사할 수있도록 모든 일을 다해야만 한다. 불공정한 세금 경쟁이나 불투명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6일 보도자료를 내고 "EU의 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되며 조세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등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유해 조세제도(preferential tax regime)'에 해당된다고 봤다. 문제로 지적된 세제는 외국인투자지역 등에 입주하는 기업의 감면대상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EU는 저율과세 또는 무과세이면서 ▲국내와 국제거래에 차별적 조세혜택 제공▲해당 제도의 투명성 부족 ▲해당 제도에 대한 효과적 정보교환 부족한 경우를 충족하면 유해 조세제도로 판단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EU가 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BEPS(국가 간 세법 차이를 이용한 조세회피행위) 프로젝트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국제적 기준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또 "OECD의 BEPS 프로젝트에서는 적용 대상을 금융·서비스업 등 이동성 높은 분야로 한정해 우리나라 세제가 유해 조세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면서 "EU의 이번 결정은 적용 범위를 제조업으로 확대한 것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재부는 EU가 지난 2월 OECD·G20 등 109개국이 참여한 회의에서 OECD·G20의 유해 조세제도 평가 결과를 수용키로 확약해놓고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은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자체 기준을 강요하는 점도 조세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EU가 지적한 투명성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조세 조약 등을 통해 효과적 정보교환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조세행정에서도 높은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이어 "내년까지 EU와 공동으로 현행 제도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한 후 합의 하에 제도 개선하자고 제안했으나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했다"며 "평가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제도를 설명할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 적정성도 결여됐다"고 따졌다.


기재부는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번 EU 결정에 범정부적으로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OECD 등 국제 회의에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나간다는 방침도 정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을 밤 밤은 가을의 상징처럼 다가오는 열매다. 가시 돋친 송이 속에 숨어 있다가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고소하고도 은근한 단맛을 품은 알맹이가 드러난다. 구워 먹거나 삶아 먹을 때의 따뜻한 향은 오래된 풍경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국의 밤은 특히 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국밤’이라 불린다.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 전라도 순.
  2. 김정은·김여정, 中 전승절 행사서 서방 명품 착용 포착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위해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고가의 서방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할 당시 착용한 손목시계가 스위스 명품 ..
  3. 고양국제박람회재단, 스타필드 고양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개최 재단법인 고양국제박람회재단은 스타필드 고양과 함께 7일까지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스트리트 앞에서 ‘플라워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행사 기간 동안 고양시 화훼 농가들은 식물을 어울리는 화분에 심고 피규어나 도자기 픽 등을 곁들여 플랜테리어 활용에 적합하도록 상품을 구성해 판매한다.이번 행사는 최근 M...
  4. 포르투갈 리스본 명물 ‘푸니쿨라’ 선로 이탈…한국인 2명 사망·1명 중상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관광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외교부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늘 새벽 한국인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부상을 입은 여성 1명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이 ...
  5. 잡초 무성한 레드카펫…정체성 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충북 제천시가 청풍호반을 떠나 제천비행장에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개최했지만, ‘정체성 상실’과 ‘준비 부족’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시는 기존 청풍호반 특설무대의 한계(3천석)를 넘어 비행장에 5천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초대형 돔(Dome)을 설치하며 “지역사회와 융합하는 영화제”를 내세웠지만, 정작 개막식 관람객은...
  6. 유명 1세대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씨,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46세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 ‘대도서관’으로 활동해온 나동현(47) 씨가 9월 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약속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씨를 발견했으며, 현장에서는 유서나 타살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
  7. 전남경찰청, AI 음악으로 고속도로 안전운전 문화 확산 [뉴스21통신 박민창기자] 전라남도경찰청이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사고 예방을 위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경찰청은 한국도로공사 광주전남본부와 협업해 9월부터 전남 지역 1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안전 메시지를 담은 AI 음악을 송출하는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캠페인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