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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세 들어 사는 선생님 - 교육정책 연재칼럼 2 이회두
  • 기사등록 2015-02-05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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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세 들어 사는 선생님'

 

학교가 돈을 벌어야 교육이 산다.-[교육정책 연재칼럼]

  본문은 가상의 내용입니다.

 

뉴스21통신서울총본부장

  © 이 회 두

 8월 25일 날씨 맑음


 나는 행운아다! 임용고시가 없어졌다. 교육학 전공자들에게는 평생 연수 형식으로 교사 채용 방식이 바뀌면서 치열한 임용고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지어 놓은 아파트(‘스쿨 홈’ – 이름도 좋아)에 입주하게 되어 아무 걱정이 없다. 풀옵션인데다가 임대료가 너무 저렴해서 결혼자금 모으기 딱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임대하는 ‘스쿨 홈’에 입주한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넘어간다.

 돌이켜보면 몇 년 사이에 학교에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다. 장장 1년여에 걸친 대국민 공청회와 시뮬레이션을 거쳐 학교마다 특성에 따른 수익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수업방식과 교사 임용제도가 이렇게까지 바뀌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으니... 처음에는 커다란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지만 이렇게 쉽게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한 노릇이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분야별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거쳐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수익사업의 하나로 임대아파트를 지었다고 한다. 결과는 좋아 보인다. 이 동네는 강남까지 ‘30분 거리’라고 홍보하지만 그거야 길이 안 막히는 시간대이고 서울에서 출퇴근하기는 어렵다보니 ‘스쿨홈’에는 교사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주로 입주해 있다. 학교 체육관을 헐어내지도 않고 체육관 위쪽으로 8층짜리 깔끔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니 우리나라 건축기술도 세계적이다. 모든 건축자재가 불에 타지도 않고 층간 소음도 들리지 않는 신기술이라는 점도 만족스럽고, 옥상과 발코니에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고 공용공간에는 공기열을 이용한 히트펌프로 적정온도를 유지하게 설계되어 냉난방비나 관리비 걱정이 없다.

 

 학제가 개편되어 학년제가 없어지고 학기제가 실시되면서 평생 연수의 폭도 넓어졌다. 이번 주에는 교사 연수로 인정해 주는 ‘청소년기의 성적 성장에 따른 에너지’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세미나에 참석 중이다. 집에 오는 길에 스쿨 홈 아파트 2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새로 입주한 분식집에서 ‘반 값 개업행사!’ 쫄볶이에 군만두까지는 좋았는데 욕심내고 떡빙수까지 먹는 바람에 배가 빵빵하다.(저녁 산책은 계단을 타는 걸로!) 카페테리아를 학생과 입주민뿐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공개하니 음식 맛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가격이 착해서 최고다. 학교 교무 선생님은 퇴직하시면 카페테리아에 해독주스 전문점을 차린다고 자랑하신다.


8월 26일 날씨 쾌청


 내일은 나와 파트너가 될 선생님이 정해지는 날이다. 바라는 순서대로 세 분을 적어내는 방식이지만 꼭 그 분들과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내가 희망한 선생님과 파트너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 그런데 나를 파트너로 원한다고 적은 선생님이 없으면 어쩌지...설마 그럴리는 없을거야 맘 편히 갖자.

 사대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고등학교로 발령이 나서 경력이 쌓여 갈수록 중학교를 거쳐 초등학교로 가고, 교대 졸업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출발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퇴직하는 이 새로운 방식이 내 맘에는 쏙 든다. 사범대를 졸업하자마자 고등학교에 오니 고교시절의 추억이 가시기도 전이고 대학 얘기도 따끈따끈하게 전해 줄 수 있어서 활기가 난다. 일단 입시의 관문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학생들 심정이 완전 이해된다. 이 안건이 처음 공청회에 등장했을 때는 좀 소란스러웠다. 젊은 교사와 학생들이 연애라도 하면 어쩌냐는둥 참 고리타분한 소리들도 많았었지.

 이 시스템에서는 내가 열심히 근무해서 초등학교까지 내려갈 때쯤이면 아이도 키워봤을테니 적응도 잘될 것이고, 수업시간도 줄고 호봉도 점점 높아질테니 그야말로 노후 ‘걱정 뚝’이다. 뭐 교대를 졸업하신 분들도 좋을 것 같다. 잘하면 초등학교부터 고교 졸업까지 같은 학생을 가르치고 배워주면서 성장 단계에 따른 교육적 철학을 연구해 볼 수도 있을테니, 그 대상이 자기 자녀라면 오, 대박이군!  

 

8월 27일 날씨 맑고도 맑음.


 오늘 원탁 교무회의에서 내가 첫 번째로 원한 선생님과 파트너가 되었다. 지난 일 년 학생들의 토론수업을 준비하시고 이끌어 주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1순위로 적어서 제출했는데 그 선생님도 말 잘 듣게 생긴 나를 1순위로 쓰셨나보다. 좋다, 좋다 오늘 날씨는 유난히도 맑다! 내일은 이미 학교 홈피에서 교사용 클라우드에 공유가 되어 있지만, 나의 파트너와 방학 내내 연수와 교육을 받으며 준비해 둔 교육 자료들을 정리해야한다.

 지난 학기에 나의 파트너가 진행한 토론수업 주제들은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내가 감당하기에는 심하게 어려워서 내게는 잘난 척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 기억나는 주제는 ‘서버성능 가속방안’ ‘보안 솔루션의 새로운 방향’, ‘모바일 인게이지먼트의 해법’, ‘구글어스 프로 활용안’ 또 뭐가 있더라 ‘줄기세포와 제대혈의 발표 자료’던가, 아무튼 이런 주제들을 삼삼오오 모여서 멋지게 준비해오는 학생들 덕에 인문학 중심의 나의 학문세계가 확장되는 호사를 누리긴 했다.

 

 오늘부터 일 년 동안 나와 함께할 파트너는 대립토론을 주로 하시기 때문에 나와는 찰떡 궁합이다. 대립토론이 표준화된 용어는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형식에 관계없이 ‘토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주제 자체가 찬성과 반대로 팀을 나누는 형식의 토론은 학교에 따라 디베이트, 바둑식토론, 찬반토론 등 다양한 용어가 쓰인다. 세종대왕의 정책을 본받자는 의미로 ‘견광지 토론’, 중국 중점학교들이 쓰는 ‘흑백진군’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찬반 토론이라면 나도 한 가락 할 수가 있다. 나에게는 대립토론 형식에 추가하면 기가 막히게 효과가 좋은 은사님께 배운 비장의 히든카드가 있다. 파트너에게 알려 드리고 공유하련다~~

 

8월 28일 비가 오면 어때 학교가 코앞인데


 교대를 나오시고 초등학교 15년을 거쳐 고등학교 토론파트로 발령 받으신 지도 5년이 넘어가는 선생님과 막상 파트너로서 자리를 갖게 되자 무척 떨렸는데, 나이도 한참 아래이고 경륜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나를 너무도 존중해 주고 편안하게 배려해 주신 덕에 긴장은커녕 기분이 업되서 한참이나 열변을 토해냈다. 말이 많다고 흉보진 않으셨을라나 좀 걱정이 되지만 좋은 파트너와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나도 나의 파트너가 나와 다르거나 약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나의 파트너를 존중하고 존경할거다.

 

 지금은 예전 같은 주입식, 암기식, 입시준비식 교육상황에서는 꿈도 꿔보지 못할 수업을 아니 그래서 더욱 원했던 수업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강의파트와 토론 파트로 나누어 각 파트에서 1인씩 2인을 한 팀으로 수업도 진행하고 학급도 맡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강의파트에 속하지만 초등학교로 갈 때는 토론 파트로 옮겨간다. 학생들은 항상 최고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대형 PC교실에 모여 강의 파트 교사들이 준비한 과정별 동영상을 시청하고 자신이 속한 클라우드에 접속하여 교사들이 출제한 개인별, 팀별 프로젝트를 받아보고 검색과 정리를 통해 제출하면 된다. 모니터도 크고 좋아서 원하는 교사의 동영상을 시청하기에 손색이 없고 편광처리가 되어 옆 사람의 화면이 보이지 않아 자신이 준비만 되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시험도 치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시험점수만으로 서열화하지 않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학생들은 점수 대신 포인트를 받는 데 받은 포인트로 학교로부터 분양 받은 클라우드에 자신만의 가상 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 방대한 공청회를 거친 지난 교육대개혁 이후 학생들은 성장형 시스템을 갖춘 자신만의 클라우드를 분양 받았다. 그 안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면  기특함을 넘어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기쁨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클라우드를 분양해주는 비용이 엄청났지만 다행히 대기업들이 지원해서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이 되었다. 뭐, 정부에서도 기업체에 세금감면을 해주었으니 서로 좋은 일이다. 학생들은 점수 대신 받게 되는 포인트로 각자 분양받은 클라우드를 꾸미고 성장시킨다. 교사들로부터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퀴즈를 풀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학과 시험을 잘 봐도 포인트가 높아진다. PC교실에서의 자주적인 학습 후 오후 시간에 벌어지는 토론 수업에 참여하고 에세이를 제출해도 포인트가 팍팍.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눈물이 날만큼 기쁘다고 느끼게 된 건 학생들이 자기가 구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거기서 포인트를 쌓을 수 있게 된 일이다. 각자 자기의 일별, 주간별, 월간별로 플랜을 세워 제출한다. 정확한 시간까지 담겨있는 기계적인 플랜이 아닌 할 일들을 모두 담은 다양한 플랜이 제출된다. 농구하기, 노래연습, 춤연습,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종이공작에 만화도 그린다. 프로게이머나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도 있고 팀을 모아  어플을 개발하고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면서 창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용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는가 하면 빅데이타를 분석하고 이북으로 동영상이 있는 시집을 제작하기도 한다. 화상 시스템과 자동번역기를 조합해 전 세계의 친구들과 열띤 화상토론을 벌이는 모습에 와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자신의 꿈들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라니!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된 것은 아니다. 플랜을 실천하면 주는 포인트로 기업들과 단체의 협찬을 받아 카페테리어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수 있고 학용품을 사거나 연화, 연극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포상을 주니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실천해 나가게 되었다. 무엇보다 졸업 시험은 있지만 수능시험이 사라진 이후 대학교에서 학생 개인의 클라우드를 근거로 입학생을 선발한 것이 주효했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일회성 시험 점수나 객관적 분별이 어려운 자기 소개서보다 학생들이 클라우드 안에서 성장시킨 세계를 통해 플랜 실천과정과 학업 성취도는 물론 학생의 특성을 심도 있게 볼 수 있게 되어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를 클라우드만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참 부럽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는 가기 싫은 곳이었다. 공부를 잘해도 점수경쟁은 끝이 없고, 화장실도 열악한데다 뛰어 노는 시간도 없이 야자에 학원에 기계처럼 공부하고, 재미없고 철 지난 교과목에, 잡무에 시달리는 피곤에 찌든 선생님의 얼굴들. 하지만 요즘 학교는 어떤가 일단 학비 이외에 수입이 많다. 재정이 좋아지니 환경이나 교사 대우가 좋다. 잡무는 데이터 처리실에서 운용이 되니 교사는 연구와 학생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 경험 많으신 토론 파트 담당 선생님과 세대 차이가 나지 않고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는 젊은 선생님이 파트너가 되어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아이들은 어떤가 최고 사양인 pc에서 진행되는 수업, 다양한 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수준 높은 토론, 키우고 싶은 자신의 꿈, 최신 시설에서 즐기는 운동, 발산하지 못해 터질 것 같았던 청소년기의 에너지를 본인들의 마음대로, 또 친구들과 모여 프로젝트를 하는 그 모습이란! 내게도 가장 부러운 스펙 경쟁의 몰락.

 카페테리아에서 우루루 몰려나오던 아이들이 큰 소리로 내게 외친다.


“선생님 어디 가세요 우리 농구장 가요”
“선새앰~ 학교가 좋아요, 사랑해요 쌔앰~”
“쌔앰~ 공모전 입상했어요, 뭐 사드리까요 저희 포인트 터졌어요”

 그래 머 사주라^^


 나는 학교가 좋다. 너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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