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살인사건이 실제 영화 ‘공공의 적’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범행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용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피의자의 아내 A(32)씨로부터 “남편에게 영화 ‘공공의 적’의 한 장면을 예로 들면서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제안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남편 B(35)씨가 범행 전 “흉기로 할까, 목을 조를까”라고 묻자 “수건에 약을 묻혀서 코를 막는 방법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 씨는 “그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이라며 A 씨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난 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은 살인범이 유산 문제로 친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밀가루로 흔적을 지우고 이로 인해 경찰은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B 씨는 지난달 21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와 중학생인 이복동생과 계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B씨는 범행후 밀가루를 사용해 혈흔을 닦아냈다.
B 씨는 범행후 친모 계좌에서 1억2000만 원을 빼내 A 씨와 두 자녀를 데리고 23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하지만 과거 B 씨가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구속되자 A 씨는 지난 1일 두 자녀를 데리고 자진 귀국한 뒤 경찰에 곧 구속돼 조사를 받아왔다.
그동안 남편의 범행사실을 몰랐다며 부인으로 일관해온 A 씨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 남편이 범행이 발각되면 몰랐다고 하라고 지시했다’며 진술을 번복해 왔다.
경찰은 A 씨의 살인 공모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보고 10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