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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기록물' 역사전쟁, 분담금 카드 쓴 日승리로 일단락
  • 최훤
  • 등록 2017-10-31 1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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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4년부터 한중일 외교전…"기록유산 등재될 때까지 노력 지속해야"




한·중·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놓고 약 4년간 벌인 역사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유네스코가 31일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한국과 중국은 지지하고, 일본은 반대했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없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을 무기로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저지 총력전에 나섰고,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을 경우 대화를 위해 등재를 보류한다는 규정을 앞당겨 적용시키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이 규정에는 최장 4년간 대화를 권장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대화 결과를 판단할 주체나 조정자에 대한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민간단체들이 2년 뒤 재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세계기록유산 제도가 일본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유네스코가 이번에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과 함께 일본 정부가 단독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을 거론하며 대화를 촉구한 것도 등재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은 위안부의 합법성을 강조한 자료여서 위안부 기록물과 내용이 상충한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여성가족부는 그해 1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모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중국 정부는 '공동 노력'을 언급하며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일본은 '위안부는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2007년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근거해 등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위안부 기록물을 둘러싼 외교전은 중국이 2014년 6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단독 신청하면서 격화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위안부 기록물이 진실하고 진귀하며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하면서 일본이 역사 문제에서 수레를 거꾸로 몰아 침략 역사를 부인하고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본은 곧바로 철회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자료의 세부 목록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이어 일본 정부는 2015년 10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제12차 회의를 앞두고도 거듭 유감을 표명하며 밀실에서 이뤄지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 제도를 바꾸라고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결국 유네스코는 중국이 함께 신청한 난징대학살 문건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으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피해국과의 공동 등재를 권고하며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시사하며 위안부 기록물을 재신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아베 총리는 난징대학살 문건의 등재를 문제 삼아 일본 정부에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2015년 12월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 타결을 발표하면서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 대한 열기가 식는 듯했으나, 각국 민간단체들은 예정대로 지난해 5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재신청했다.


한국·중국·일본·타이완·네덜란드·필리핀·인도네시아·동티모르 등 8개국 14개 기관으로 구성된 국제연대위원회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은 위안부 관련 자료 2천744건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란 이름으로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작년 10월 분담금 납부를 연기하면서 위안부 기록물 등재 저지에 나섰고, 올해 5월에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서 이해 당사국 간 견해가 대립할 경우 사전협의를 권장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분담금 납입을 보류했다.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막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13차 IAC 회의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공세에 시달린 IAC는 이번 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심사를 보류하는 권고안을 유네스코에 전달했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반 탈퇴하는 빌미를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은 보코바 사무총장으로선 임기를 보름 앞두고 최대 후원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등재 규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학계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최장 4년간 대화를 독려한다는 개혁안을 소급 적용한 데 대해 일부 IAC 위원들이 미안해하는 것 같다"며 "개혁안의 세부 규정을 정할 내년 집행이사회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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