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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서원터서 탁본만 전하던 10세기 고려 비석 출토
  • 양인현
  • 등록 2017-10-27 1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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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사 혜거국사비' 조각 나와…"비석 소재지, 혜거국사 정체 규명돼"


▲ 서울 도봉서원터에서 나온 영국사 혜거국사비. (사진=문화재청 제공)



지난 2012년 보물급 이상의 가치를 지닌 불교 용구가 쏟아져 나왔던 서울 도봉서원터에서 고려사의 오랜 논쟁을 풀어줄 비석 조각이 출토됐다.


이 비석은 일부분의 탁본만 전해온 '영국사 혜거국사비'(寧國寺 慧炬國師碑)로, 학계에서 논란이 있었던 비석의 소재지와 혜거국사라는 인물의 정체를 명확히 알려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화재청은 도봉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지난 6월부터 발굴조사 중인 서울 도봉서원터에서 찾아낸 길이 62㎝, 폭 52㎝, 두께 20㎝ 크기의 비석 조각을 27일 공개했다.


10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사 혜거국사비는 조선 제14대 임금 선조의 손자인 이우(1637∼1693)가 현종 9년(1668) 신라 이후의 금석문 탁본을 모아 엮은 책인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에 탁본이 실렸으나, 88자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번에 발굴된 비석 조각에는 281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중 256자가 판독됐다. 그중에는 '견주도봉산영국사'(見州道峯山寧國寺)라는 글자도 있었다. 견주는 경기도 양주의 옛 지명이다.


이에 대해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은 "대동금석서에는 탁본 옆에 '영국사 혜거국사비'라는 명칭만 기록돼 있어서 충북 영동 영국사가 비석 소재지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었다"며 "비석 실물이 나옴으로써 이 비석이 있던 장소는 도봉산 영국사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문헌에 나오는 대로 도봉서원이 영국사 터에 창건됐다는 사실도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발견으로 영국사 혜거국사(慧炬國師)와 화성 용주사에 있던 갈양사 혜거국사(惠居國師)가 동시대를 살았던 동명이인이라는 점도 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갈양사 혜거국사는 고려 최초의 국사이고, 영국사 혜거국사는 중국 유학을 다녀온 뒤 선종의 일파인 법안종을 고려에 전파했다는 승려다.


이번에 발견된 비문에는 "국사의 휘(諱·죽은 이의 생전 이름)는 혜거이시고 속성은 노씨이시고 동자성의 사람으로, 스승을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도봉산의 신정선사를 찾아갔다"는 내용이 있다.


박 팀장은 "많은 사람이 성이 노씨인 영국사 혜거국사와 박씨인 갈양사 혜거국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두 승려의 삶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실장은 "비석 조각은 전체의 20% 정도로 추정되는데, 재질은 화강암이고 아래쪽은 인위적으로 깨진 것 같다"며 "조사를 계속하면 또 다른 비석 조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 도봉서원터 발굴조사 현장



아울러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하층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에서 통일신라시대 기와와 건물 기단이 드러나 영국사가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조사 지역에서는 조선시대 서원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유물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박 팀장은 "조선시대 기와가 유독 적은데, 사찰을 서원으로 전용하면서 건물을 크게 짓지 않고 그대로 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봉서원은 1573년 정암(靜庵) 조광조(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8년 중건됐다.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 문을 닫았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고려시대 불교 용구인 금강령·금강저·향로·발우 등 77점에 이르는 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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