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선거조직 관리 문건’ 논란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문건에 담긴 숫자의 의미라는 더 깊은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
고발장은 접수됐고,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한 문제 제기까지 나왔지만, 선관위와 수사기관의 대응은 여전히 조용하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이메일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표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신ㅇㅇ. 10. 광ㅇㅇ 동생. 상. 1300” 이 한 줄에는 이름, 관계, 동원 가능 인원으로 보이는 숫자, 기여도 또는 등급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차례로 배열돼 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1300’이라는 수치가 붙는다.
문건 전체를 살펴보면 약 2,800명 가운데 30여 명에게서 이와 유사한 형식이 확인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개인의 의도를 넘어서 관리 구조다. 이 문건은 김창규 제천시장 전 보좌관인 김대호 씨가 관여·관리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이 문건은 개인의 메모였는가, 아니면 조직적으로 관리된 자료였는가. 그리고 그 관리 체계 안에서 이 숫자는 어떤 기준으로 기록됐는가.
특정 인물들만 선별돼 있고, 숫자는 항상 일정한 위치, 문장 끝에 정리돼 있다.
이 대목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단순하지 않다. 이 숫자가 금전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액 표기가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기록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관리 코드라면 통상 문자·기호가 사용되는데, 왜 현실적인 ‘숫자’가 선택됐을까.
특히 ‘동원 가능 인원’과 ‘기여도’로 보이는 항목 뒤에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수치가 보상·비용·대가와 연결된 개념은 아니었는지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현재까지 이 숫자가 실제 금액임을 입증할 자료는 없다. 그래서 기자는 이를 기사로 단정하지 않고, 기자 수첩에 남긴다.
그러나 설명되지 않은 숫자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선거 관련 문건을 두고, 금전 가능성 자체를 금기처럼 외면하는 것도 비정상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 질문에 대해 그 누구도 답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건 작성 경위, 관리기준, 숫자 표기의 의미에 대해 선관위도, 관계자도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숫자가 돈이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데 주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즉각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선거는 숫자로 관리되는 사업이 아니다. 시민은 항목이 아니고, 표는 비용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름 옆에, 관계 옆에, 기여도 옆에 설명되지 않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선관위든, 수사기관이든, 이제는 답해야 할 차례다.기자는 숫자를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숫자가 왜 거기 있었는지를 묻는다.
‘1300’은 돈이 아니었는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보이게 기록됐는가.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 숫자는 점점 더 무거운 의미가 있게 된다.
충북 본부장 남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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