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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꿀벌마을 연탄길 봉사로 확인된 사회연대 선언
  • 홍판곤
  • 등록 2026-01-01 11: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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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호중 장관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
2025년 12월 30일 오후 4시, 영하의 추위가 몰아친 경기도 과천시 꿀벌마을 비닐하우스촌. 이곳에서 오간 것은 단순한 연탄만이 아니었다. 15년간 법적 근거 없이 ‘행정지침’에 기대어 버텨온 마을기업이 마침내 독자적인 법률의 보호 아래 사회적경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선포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뉴스21 통신=홍판곤 ]

사회적경제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협동조합은 기본법을 통해, 사회적기업은 별도의 법 체계를 통해 제도적 지위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그 견고한 틀 안에서 유독 마을기업만은 ‘법 없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행정안전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운영은 법률이 아닌 지침과 한시적인 사업 공모에 의존해 온 불균형의 시대였다.


이 지독한 불균형이 비로소 해소된 시점이 2025년 8월이다. 「마을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마을기업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2026년 8월 15일 시행을 앞둔 이 법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제도적 공백을 채우는 결정적인 조각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열린 과천 꿀벌마을 ‘사랑의 연탄길’ 행사는 단순한 연말 봉사 그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연탄 1만 장을 기증하고 직접 배달하며,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사회적 연대’라는 이름으로 재정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연대경제 방식이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동력임을 강조했다.


그동안 마을기업은 정책의 기류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야 했다. 현장은 치열하게 존재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이 없었기에, 정책 변화의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한국마을기업중앙회 김 대형 전 회장과 경기도마을기업 협회 최 장수회장 등은 이 법의 제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숨은 공로자이다. 


이번 마을기업 기본법 제정은 마을기업을 ‘실험적 정책 대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주체로 인정한 국가적 선언이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사회적연대국’을 신설하여 사회적경제의 주관 기능을 일원화한 시점과 이 법 제정이 맞물린 것은, 사회연대경제를 정부 핵심 정책의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윤 장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연탄을 나르는 줄에 경기도 마을기업협회 임원진이 전원 참석하고, 한국마을기업 중앙협회장이 대구에서 상경해 함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제도 밖에서 버텨온 마을기업이 이제야 국가 정책의 정식 파트너로 입장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섰다.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옮기는 장면은, 법과 제도를 갖춘 각 주체들이 연결되고 협력하는 ‘사회적 연대’의 실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풍경이었다.


사회적 연대는 기존의 사회적경제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각 주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지역과 공동체 단위의 시너지를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진화된 정책 언어다. 윤 장관이 강조했듯,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은 시혜적 ‘지원’을 넘어 상호적 ‘연대’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과제는 분명하다. 마을기업법이 실질적인 시행령과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변화는 상징에 그칠 수 있다. 사회적연대국 역시 부처 간 조정 기능을 넘어 현장의 기대를 정책으로 녹여내는 실질적인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 법 제정은 출발선일 뿐, 연대는 운영의 묘수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탄길 행사가 남긴 메시지는 뚜렷하다. 사회적경제의 가장 취약했던 한 축이 제도적으로 복원되었고, 정부는 이를 계기로 ‘연대’라는 프레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과천 꿀벌마을의 연탄길은 봉사의 풍경을 넘어, 마을기업이 걸어온 고단한 시간과 앞으로 맞이할 당당한 미래를 잇는 정책적 성숙의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마을기업은 이제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법을 갖춘 마지막 주체가 제자리를 찾았고, 사회적 연대라는 이름 아래 다시 묶이기 시작했다. 2025년의 마지막 자락, 꿀벌마을에서 확인한 것은 차가운 겨울을 녹이는 뜨거운 연대의 온기이자,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완성을 알리는 희망의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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