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정현관에서 열린 글새김 제막식에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과 함께 제막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네이버DB)
[뉴스21 통신=추현욱 ]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이해 국회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던 날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직격했다.
주 부의장은 “국회의사당이 오늘 하루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잔치마당이 됐다. 오후 4시에는 국회 정면에 거대한 글귀를 부착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오늘 거대한 글판을 설치하면서 야당 부의장인 내게 구두로만 설명했다. 나는 분명히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의사당 정현관(본청 정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 글귀를 부착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우 의장은 “(글귀로) 국회의 존재 이유와 권한의 근원, 책임의 무게를 한시도 잊지 말자는 것을 스스로 약속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주 부의장은 또 우 의장 국회에 설치한 조형물을 하나하나 읊으며 “의회 권력이 바뀌면 금방 뜯겨날 상징물들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설치해서 무얼 얻겠다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약 1년 반 동안 우 의장은 총 세 번 대대적으로 조형물을 설치했다.
지난 8월엔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회 도서관 앞마당에 ‘독립기억광장’을 조성했다. 7월엔 제헌절을 맞아 국회 잔디광장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대한민국 국회’라고 적힌 상징석을 설치했다. 상징석 뒷면엔 “국회가 계엄군을 막고 계엄을 해제시켰다”는 문구가 들어갔고, 아래엔 100년 뒤 열 타임캡슐을 묻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역사와 관련된 조형물이라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들어 조형물이 많이 지어지긴 했다. 과거에도 의장들이 조형물을 설치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주로 기념식수를 심어 명패를 다는 방식으로 이름을 남겼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설치한 조형물은 논란이 되곤 했다.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2022년 부의장실 앞에 독도 조형물을 설치했다. 강창희 전 의장은 2012년 제헌국회의 업적을 기념하며 제헌국회의원 198인을 청동부조로 제작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걸었으나, 이후 고증 오류란 지적을 받았다. 대체로 조형물들은 당시 의장의 관심사와 핵심 메시지를 반영했다.
일부 조형물은 의장이 바뀌면 ‘뒷방’ 신세가 되거나 ‘특혜 논란’에 휘말리는 등 다툼의 복판에 자리했다. 2015년 정의화 당시 의장이 국회 잔디마당에 설치한 ‘과일나무’는 설치 7개월 만에 국회 헌정기념관 뒤편으로 이전됐다. “조화롭지 못하다”는 비판과 함께,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현 부산시장)이 조형물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제작에 1억3000만원이 투입된 조형물이었다.
2008년에는 임채정 전 의장이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높이 7m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 옆에는 당시 의장과 사무총장의 이름이 적힌 비석도 함께 들어섰다. “국회개원 60주년을 기념한다”는 취지였으나, 모양으로 인해 ‘남근석’이란 별명이 붙은 후 후임 의장에 의해 후미진 곳으로 치워졌다. 이전을 결정한 김형오 전 의장은 “보기에 흉하다”는 평을 남겼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모든 상징적 조형물에 대해선 논란이 있기 마련”이라며 “조형물을 설치할 권한이 의장에게 있으니, 책임과 평가가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에서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국회에 역사적 기념물을 새우는 건 교육적으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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