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재심서 무죄…
  • 추현욱
  • 등록 2025-10-28 20:27:09

기사수정

사진=네이버db 갈무리


[뉴스21 통신=추현욱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고인들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28일 받았다. 사건 발생 16년 만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요 증거였던 범행 자백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인정했다.

광주고법 형사2부(고법판사 이의영)는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5)와 딸 B씨(41) 항소심 재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이날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조서 허위 작성과 자백 강요 등이 있었다면서 검찰 수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 황전면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를 주민들이 나눠 마시게 해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사망자의 남편과 딸이다.

A씨는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했는데, 자신의 이름 등 쉬운 단어를 제외하고 한글을 쓰고 읽는 일이 서툴렀다. 당시 20대 중반 나이이던 B씨 ‘경계성 지능장애’를 갖고 있어 독립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기록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각각 장시간 이어진 신문을 마치고 불과 몇 분 만에 조서 열람을 마쳤다. 이들은 일련의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비롯해 신뢰관계인 또는 변호인 참여권 등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A씨는 논리 정연하게 쓰인 자필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는데, 당시 검사 또는 수사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부녀에게 생각을 주입하고 정해진 답변을 강요하는 듯한 진술 녹화영상은 유죄 판결이 내려졌던 2심 재판에선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던 절차도 문제 삼았다. 해당 증거물은 검찰이 특정한 막걸리 구입 경로와 부녀 행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CCTV 영상 등이다.

A씨와 B씨는 2010년 2월 1심에선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2011년 2월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을 뒤집어 부녀 중 A씨에겐 무기징역을, B씨에겐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듬해 3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막걸리에서는 검출됐지만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아울러 청산가리를 넣었다던 플라스틱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나오지 않아 판결 이후 논란은 이어졌다.

부녀는 대법원 판결 10년 뒤인 2022년 1월 “검사가 유죄 진술을 유도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광주고등법원은 2024년 1월 “검사가 생각을 주입해 유도신문 하는 등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며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고 A씨와 B씨를 석방했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 제일장례예식장, ‘지목 전(田)’에 수년간 불법 아스팔트… 제천시는 뒤늦은 원상복구 명령 충북 제천시 천남동에 있는 제일 장례예식장이 지목이 ‘전(田)’인 토지에 십수 년 동안 무단으로 아스팔트 포장하고 주차장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명백한 불법 행위가 십수 년 동안 방치된 가운데, 제천시는 최근에서야 현장 확인 후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문제의 부지(천남동 471-31 등)는 농지 지목인 ‘전’으로, ...
  2. [단독]"6년간 23억 벌었는데 통장은 '텅텅'?"... 쇠소깍협동조합의 수상한 회계 미스터리 [제주 서귀포=서민철 기자] 제주 서귀포시의 명소인 쇠소깍 수상 레저 사업이 수십억 원대 '수익금 불투명 집행 의혹'에 휩싸였다. 2018년 행정 당국의 중재로 마을회와 개인사업자가 결합한 '하효쇠소깍협동조합'이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회계 장부상 돈이 쌓이지 않는 기형적인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 23억 ...
  3. 강동구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 단체 장학금 수여 및 송년회 개최 지난 11월24일(월)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에 위치한 [만나하우스]에는 행복한 웃음이 넙쳤다. 바로 강동의 명품단체 법무부 소속 ‘청소년범죄예방 강동지회(회장 이석재)’ 위원들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수여 및 송년회를 위해 하나 둘씩 모여 웃음꽃을 활짝 피었기 때문이다. 이 날 행사에 내빈으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박지나 부...
  4. “We Serve” 실천 60년…울산라이온스클럽이 미래 100년을 향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울산라이온스클럽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6시 30분, 울산 보람컨벤션 3층에서 울산라이온스클럽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사회 인사뿐 아니라 울산 무궁화라이온스클럽을 포함한 30개 라이온스클럽의 회장단과 라이온들이 참석해 울산라이온스클럽의 60년 역사를 함께 축...
  5. 파주시, 전국 최초 '공공 재생에너지 1호 발전소' 착공 파주시는 국내 지방정부 최초로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지역 중소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파주시는 지난 2일 ‘파주 공공재생에너지 1호 발전소’의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 일정에 돌입했다.이번 착공식에는 발전사업자인 파주시와 파주도시관광공사, 전력 공급 중개를 지원하는 SK이노베이션 E&S를 비...
  6. 2025 서울오픈 태권도대회 성황리 개최...청소년˙성인 모두가 하나 된 열정의 무대 2025년 12월 7일, 서울 종로구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실내체육관 2층에서 **'2025 서울오픈 태권도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서울특별시종로구태권도협회가 주최˙주관하고 서울시와 서울특별시체육회가 후원한 본 대회는 지역 태권도 활성화와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목표로 진행되었으며, 유급자 품새부터 태권체조, 종합시범까지 ..
  7. “염화칼슘에 가로수가 죽어간다”… 제천시,친환경 제설제 782톤’ 긴급 추가 확보 충북 제천시가 겨울철마다 반복돼 온 염화칼슘 과다 살포로 인한 도심 가로수 피해 논란 속에, 뒤늦게 친환경 제설제 782t을 추가 확보했다.환경 단체와 시의회의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가 올해 겨울철 제설 정책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지난 9월 19일 열린 ‘제설제 과다 살포에 따른 가로수 피해 실태 간담회’에서는 “인도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