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최태원·노소영, 37년 결혼 끝 이혼 확정… 남은 쟁점은 ‘1.4조 재산분할’
  • 김민수
  • 등록 2025-10-20 16:03:32

기사수정
  • 대법 “노태우 비자금, 불법자금으로 재산분할 제외”… SK 재산 1조원 축소 판결
  • 법조계 “형사 논리의 역진입… 가사소송 체계 흔든 전례 없는 판결” 논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0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이혼을 확정했다. 다만 재산분할 판단은 남아 있어 ‘세기의 이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불법자금’으로 규정하며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공동재산 규모는 기존 4조원에서 약 3조원으로 축소됐고, 노 관장이 받을 분할금은 4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불법원인급여 적용”… 대법, 형사 논리 가사소송에 첫 도입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6일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에게 지원한 300억원은 뇌물로 조성된 불법자금이므로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조항을 적용해 “불법을 원인으로 한 재산은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이 판결로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 성장의 출발점이었다는 노 관장 측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최 회장이 혼인 파탄 이전에 친인척과 재단에 증여하거나 반납한 SK㈜·SK C&C 주식, 급여 등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재산분할의 기준이 되는 공동재산 규모는 약 1조원 줄어들며, 재판부는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증여·반납 행위를 인정했다.


■ 법조계 “가사소송 아닌 형사논리 적용… 체계 흔든 전례 없는 판결”

법조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가사소송의 본질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대표변호사는 “이혼소송은 불법성을 판단하는 형사 재판이 아닌데, 불법자금 여부를 근거로 재산분할을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결국 특정 개인에게 유리한 맞춤형 판결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의 출처가 불법일 뿐, 부부가 그 돈을 관리·운용한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며 “불법원인급여 조항을 적용한 것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도 “불법자금이 재산분할 판단에 반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부부가 회삿돈이나 범죄수익을 가정생활에 사용했다면 그 기여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SK 주식은 여전히 분할 대상… 기여도 15~25%로 하향 조정 전망

이번 판결에서도 ㈜SK 주식은 공동재산으로 유지됐다. 다만 대법원이 “분할 비율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서 노 관장의 기여도는 2심보다 낮은 15~25%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실제 분할금은 약 4000억~7000억 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상 변호사는 “현금만으로 지급되긴 어려워 주식·부동산 등으로 조합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재판부도 현실적 합의를 유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향후 절차… 환송심 공방 불가피, 전원합의체 재상고 가능성도

이번 판결은 단순한 액수 조정이 아니라 ‘불법자금의 가사소송 적용’이라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곤 변호사는 “가사재판에서 불법성 여부를 판단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환송심에서 다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법원이 기존에 없던 법리를 세운 만큼, 전원합의체로 재상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7년간 이어진 혼인 관계의 종지부와 함께, 재산분할을 둘러싼 법리 논쟁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이혼소송 실무와 재산분할 기준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리얼시그널' 웹사이트...부동산, 예금, 주식, 가상자산 보유 현황 확인 (사진=네이버db)[뉴스21 통신=추현욱 ]고위 공직자들의 실제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서비스 '리얼시그널'이 그것이다.리얼시그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법관 및 검사, 군 장성 등 약 7000명의 자산 내역이 담겨 있..
  2. 의왕시 사근행궁, 의로운 왕의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자리 [뉴스21 통신=홍판곤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
  3. 단양 강풍 속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 추락…탑승자 1명 중상 지난 22일 오후 3시 34분께 충북 단양군 단양읍 노동리 양방산 전망대 인근에서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이던 50대 남성 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단양소방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종사 A 씨와 동승 고객 B 씨는 이륙 직후 강풍에 중심을 잃고 인근 야산으로 추락했다. 현장에 있던 패러글라이딩 업체 직원이 즉시 119에 신고했으며, 소방..
  4. 제천시, 초고압 송전선로 ‘1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침묵… 충북 제천시가 초고압 송전선로(345kV 신 평창–신 원주) 건설사업이 지역을 통과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행정의 무책임’과 ‘정보 은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제천시를 포함한 해당 구...
  5. 태백 라마다 호텔 충격 증언 "1,910명 등기는 껍데기, '무제한 멤버십' 판매가 본질" 태백 라마다 호텔 사태가 1,910명의 '지분 쪼개기' 등기 분양 문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무제한 멤버십 회원권' 판매를 통한 변칙적 수익 창출이 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과거 태백 라마다 호텔의 내부 관계자 A씨는 "기사화된 1,910명의 등기 문제는 전체 사기 규모의 100분..
  6. 국내 유명 배우 겸 모델 A씨, 캄보디아 인신매매 모집책 혐의…"한국 여성 강제전환"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배우 겸 모델 A씨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의 한국인 여성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30대 여성 B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일본어 통역 일을 함께하자”고 제안한 뒤, B씨를 프놈펜으로 출국시켰고 현지에서 조직원에게 500만원을 받고 넘긴 혐...
  7. 태광그룹, 애경산업 지분 63% 4700억원에 인수...매매 예정일자, 내년 2월 19일 [뉴스21 통신=추현욱 ]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4700억원에 애경산업을 인수한다.AK홀딩스와 태광산업 등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권 양수도 방안을 승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매각 대상 주식은 애경산업 보통주 1667만2578주다. AK홀딩스 보유주식 1190만4812주와 애경자산관리 보유주식 476만7766주다.이는 애경산업 전체 발행주...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