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南과 다른 北의 추석 문화
  • 윤만형
  • 등록 2025-10-06 21:04:14
  • 수정 2025-10-06 21:04:27

기사수정
  • 하루만 쉬는 ‘민속명절’, 이동 제약으로 가족 모임 어려워
  • 성묘·민속놀이·혁명열사릉 참배로 공동체적 의미 강조

윷놀이를 하는 북한 주민 선전 사진(사진=우리민족끼리)

북한에서도 추석은 명절로 지내지만 남한과는 분위기와 무게가 다르다. 한국에서 추석은 설과 함께 ‘민족 대명절’로 불리며 사흘 이상을 쉬고 가족들이 대거 이동하는 시기지만, 북한의 추석은 하루만 쉬는 ‘민속명절’에 불과하다. 명절 위상 역시 남한과 차이가 크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은 김일성 생일(태양절)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로, 이때만큼은 국가 차원의 축제와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린다.


추석은 한때 사라졌다가 되살아난 명절이다. 북한은 1967년 김일성 주석 지시에 따라 음력설·추석 같은 민속명절을 봉건 잔재로 규정하며 폐지했다. 조상 숭배가 미신적 행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성묘 풍습을 끊지 않자 1972년부터 성묘를 허용했고, 1988년 정식으로 추석을 ‘민속명절’로 지정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운 ‘우리민족제일주의’ 담론을 강화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음력설, 단오, 한식까지 다시 명절로 복원했다.


추석날 풍경은 남한과 닮은 점도 많다. 주민들은 아침 일찍 조상 묘를 찾아 벌초하고, 햇곡식으로 만든 송편이나 시루떡, 밤단자 등을 상에 올린다. 지역별로는 평양의 ‘노치’(찹쌀가루와 엿기름가루를 반죽해 지진 떡), 개성의 ‘토란국’ 같은 음식도 전해진다. 그러나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쉽지 않다. 휴일이 하루뿐이고, 다른 시·군으로 이동하려면 ‘통행증’이 필요해 친척 간 방문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신 공동체적 의미를 강조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성묘 전 먼저 대성산혁명열사릉이나 전쟁참전열사묘 같은 국가 추모 시설을 찾아 인사를 올린다. 당과 내각 간부들도 추석마다 열사릉에 화환을 바치며 국가적 차원의 행사를 치러왔다. 이는 추석이 단순한 조상 제사의 날을 넘어 ‘혁명 선배를 기리는 날’로도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절에 즐기는 민속놀이도 있다. 여성들은 널뛰기, 윷놀이, 그네뛰기를 즐기고, 남성들은 씨름과 활쏘기에 나선다. 북한은 매년 ‘전국민족씨름경기’를 열어 황소를 상품으로 내걸며 조선중앙TV로 중계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이를 보며 전통과 공동체성을 함께 체감한다.


이처럼 북한의 추석은 남한과 같은 ‘민족 대명절’은 아니지만, 민속과 전통을 지키는 날로 자리 잡았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과 제한된 이동 속에서도 주민들은 성묘와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민속놀이와 혁명 열사 참배를 통해 추석을 기념한다. 남과 북이 분단 80년을 넘어 각기 다른 길을 걸었지만, 조상을 기리고 공동체를 잇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닮아 있는 셈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제천문화원, 내부 제보로 ‘보조금 부당 집행·직장 내 괴롭힘’ 의혹 폭발… 제천시는 민원 취하만 기다렸나 충북 제천문화원이 보조금 부당 집행·근무 불성실·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내부 기간제 근로자인 A 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천시가 이를 성의 없는 조사와 민원 취하 종용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A 씨는 신고서에서 문화원 내부에서 ▲ 각종 사업 보...
  2. 중부소방서·드론전문의용소방대·CPR전문의용소방대·태화파출소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중부소방서 드론전문의용소방대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와 드론전문의용소방대, CPR전문의용소방대, 태화파출소는 12월 13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태화연 호수공원 일대에서 겨울철 생활안전 및 화재예방 강화를 위한 합동 안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캠페인은 동절기 산불 위험 증...
  3. “We Serve” 실천 60년…울산라이온스클럽이 미래 100년을 향하다 [뉴스21 통신=최세영 ]▲ 사진제공=울산라이온스클럽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6시 30분, 울산 보람컨벤션 3층에서 울산라이온스클럽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지역사회 인사뿐 아니라 울산 무궁화라이온스클럽을 포함한 30개 라이온스클럽의 회장단과 라이온들이 참석해 울산라이온스클럽의 60년 역사를 함께 축...
  4. [신간소개]악마의 코드넘버 새디즘 신은 나를 버렸으나, 나는 12미터의 종이 위에 나만의 신을 창조했다." 18세기 가장 위험한 작가, 마르키 드 사드의 충격적 실화 바탕 팩션! '사디즘(Sadism)'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남자, 마르키 드 사드 백작. 그는 왜 평생을 감옥에 갇혀야 했으며, 잉크가 마르자 자신의 피를 뽑아 글을 써야만 했을까? 전작 《지명의 숨겨진 코드》...
  5. “염화칼슘에 가로수가 죽어간다”… 제천시,친환경 제설제 782톤’ 긴급 추가 확보 충북 제천시가 겨울철마다 반복돼 온 염화칼슘 과다 살포로 인한 도심 가로수 피해 논란 속에, 뒤늦게 친환경 제설제 782t을 추가 확보했다.환경 단체와 시의회의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가 올해 겨울철 제설 정책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지난 9월 19일 열린 ‘제설제 과다 살포에 따른 가로수 피해 실태 간담회’에서는 “인도 ...
  6.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 청소년 주거안전 지킴이로 나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익산시지회(지회장 김남철)가 지역 청소년의 주거 안전을 위한 공익 활동에 적극 나서며 지역사회에 모범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익산시지회는 사회 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기초 이해 및 전세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대학 진학, 자취, 독립 등으로 처음 주거 계...
  7. 철도노조 총파업…"출근시간 전철 운행률 90%" 비상대책 [뉴스21 통신=추현욱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임금교섭 결렬에 따라 11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즉각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철도노조는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도 통합, 안전대책 마련을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국토교통부는 10일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파업 종료 ...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