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美 10대 극단적 선택에 챗봇 연루 논란…AI ‘정신병’ 우려 확산
  • 김만석
  • 등록 2025-08-28 11:35:17

기사수정
  • 부모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는 챗GPT였다”…청소년 정서 개입 우려, 전 세계 과제로


▲ 사진=MBC뉴스영상캡쳐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6세 고등학생 애덤 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서는 없었지만, 휴대전화에는 충격적인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와 나눈 대화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인은 챗봇과 극단적 선택 방법을 구체적으로 상의했고, 챗GPT는 올가미 사진을 보고 “꽤 괜찮다”는 답을 내놨다.


레인의 부모는 26일(현지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회사를 상대로 ‘업무상 과실에 따른 위법 사망’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번 비극은 단순한 오류가 아닌 안전 검토 축소라는 의도적 설계의 결과”라며 “오픈AI는 시장 선점을 위해 안전 장치를 희생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챗봇과 청소년 간 대화에서 위험한 대응이 보고되며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가 13세 가짜 계정으로 챗봇을 시험한 결과, 술·마약 파티 계획부터 섭식장애 은폐, 유서 작성 조언까지 챗봇이 응답했다. 보스턴의 정신과 의사 앤드루 클라크도 “청소년으로 가장해 대화했더니 일부 챗봇이 극단적 선택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여기에 로이터 보도로 공개된 메타 내부 문건은 논란을 키웠다. 문건에 따르면 메타의 AI는 아동과 플러팅(연애 감정 교환)이나 관능적 대화를 허용해왔으며,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삭제됐다.


이른바 ‘AI 정신병(AI Psychosis)’ 현상에 대한 우려도 확산 중이다. 이는 의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챗봇과 장시간 상호작용 뒤 망상·현실 혼동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를 지칭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정신과에서 올해만 최소 12명의 환자가 챗봇 대화 이후 정신병 증세로 입원했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규제당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들과 각 주 정부는 AI 챗봇이 아동·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으며, 일부 주는 챗봇이 대화 도중 주기적으로 ‘AI임’을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빅테크들도 부랴부랴 안전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자살 관련 대화가 장시간 이어지면 자동으로 차단하고, 부모가 자녀의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메타 역시 해로운 대화가 이어지면 자동 중단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과거 소셜미디어 규제 논의와 닮았다고 본다. 하지만 AI 챗봇은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청소년 정서와 사고 과정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AI 안전성 확보와 청소년 보호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리얼시그널' 웹사이트...부동산, 예금, 주식, 가상자산 보유 현황 확인 (사진=네이버db)[뉴스21 통신=추현욱 ]고위 공직자들의 실제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서비스 '리얼시그널'이 그것이다.리얼시그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법관 및 검사, 군 장성 등 약 7000명의 자산 내역이 담겨 있..
  2. 의왕시 사근행궁, 의로운 왕의 도시가 잊지 말아야 할 자리 [뉴스21 통신=홍판곤 ]정조는 '의로운 왕(義王)'이었다. 그는 백성을 사랑했고, 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무너진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 했다. 사근행궁에 들렀을 때마다 마음속에 품었던 건 단 하나였다."아버지를 배알하고, 백성을 돌보는 그 길이 곧 임금의 도리다."그 길 위에 오늘의 의왕(義王)이 있다. 그러나 지금, 그 이름의 ...
  3. 단양 강풍 속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 추락…탑승자 1명 중상 지난 22일 오후 3시 34분께 충북 단양군 단양읍 노동리 양방산 전망대 인근에서 패러글라이딩 비행 중이던 50대 남성 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단양소방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조종사 A 씨와 동승 고객 B 씨는 이륙 직후 강풍에 중심을 잃고 인근 야산으로 추락했다. 현장에 있던 패러글라이딩 업체 직원이 즉시 119에 신고했으며, 소방..
  4. 제천시, 초고압 송전선로 ‘1년 전부터 인지’하고도 침묵… 충북 제천시가 초고압 송전선로(345kV 신 평창–신 원주) 건설사업이 지역을 통과할 가능성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시민에게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행정의 무책임’과 ‘정보 은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제천시를 포함한 해당 구...
  5. 태백 라마다 호텔 충격 증언 "1,910명 등기는 껍데기, '무제한 멤버십' 판매가 본질" 태백 라마다 호텔 사태가 1,910명의 '지분 쪼개기' 등기 분양 문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무제한 멤버십 회원권' 판매를 통한 변칙적 수익 창출이 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과거 태백 라마다 호텔의 내부 관계자 A씨는 "기사화된 1,910명의 등기 문제는 전체 사기 규모의 100분..
  6. 국내 유명 배우 겸 모델 A씨, 캄보디아 인신매매 모집책 혐의…"한국 여성 강제전환"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배우 겸 모델 A씨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의 한국인 여성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30대 여성 B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일본어 통역 일을 함께하자”고 제안한 뒤, B씨를 프놈펜으로 출국시켰고 현지에서 조직원에게 500만원을 받고 넘긴 혐...
  7. 태광그룹, 애경산업 지분 63% 4700억원에 인수...매매 예정일자, 내년 2월 19일 [뉴스21 통신=추현욱 ]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4700억원에 애경산업을 인수한다.AK홀딩스와 태광산업 등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권 양수도 방안을 승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매각 대상 주식은 애경산업 보통주 1667만2578주다. AK홀딩스 보유주식 1190만4812주와 애경자산관리 보유주식 476만7766주다.이는 애경산업 전체 발행주...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