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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 혼란은 제도 탓이다… 정부가 나서야 할 때"
  • 임종석 사회2부 기자
  • 등록 2025-08-13 13:12:23
  • 수정 2025-08-13 14: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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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 먼저, 중개 나중’… 일본이 가르쳐주는 상식"
  • "서구는 계약서부터 쓴다… 우리는 ‘눈치’부터 본다"
  • "공인중개사법 제22조, 이제는 손봐야 한다"



서구 및 일본 중개제도를 참고해, 이제는 중개계약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공인중개사법 제22조 개정, 국민 신뢰 회복의 출발점
글 | [부동산 정책칼럼니스트 임종석]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인생 최대의 경제적 결정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중요한 거래를 매개하는 부동산 중개 시스템은 여전히 ‘불완전 계약’ 상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공인중개사법」 제22조는 일반중개계약의 체결을 중개의뢰인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계약서도 없이 중개인이 중개를 시작하는 일이 현실에서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중개인의 법적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거래 당사자의 권리 보호를 취약하게 한다. 나아가 중개 과정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으며, 이는 공인중개사 직역의 신뢰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일본은 어떻게 다를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개 시작 시 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되어 있다. 특히 매도인이 중개를 의뢰할 경우 반드시 다음 세 가지 유형 중 하나의 서면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에 따라 중개인의 보고 의무와 정보 등록 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 전속 전임 매개 계약: 매도인이 자력 거래도 금지되는 가장 강력한 계약 형태이며, 중개인은 주 1회 이상 활동 보고와 함께 5영업일 이내 REINS(공식 거래 정보망) 등록이 의무다.


• 전임 매개 계약: 자력 거래는 가능하지만, 단독 중개의 형식을 갖는다.


• 일반 매개 계약: 다수의 중개사에 의뢰 가능한 가장 개방적인 계약이다.


중요한 점은 어떤 유형이든 계약 없이는 중개를 개시할 수 없다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는 것이다. 계약서는 단지 형식이 아니라, 중개인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고, 의뢰인에게도 거래의 무게를 인식시키는 장치다. 또한 중개의뢰인에게도 '고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요사항설명서'라는 법정 문서를 통해 모든 핵심 거래 정보가 설명되고, 이 과정은 자격을 갖춘 중개사가 책임진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행정 절차의 차이가 아니라, 신뢰 기반의 중개 질서를 뒷받침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왜 계약서 없이 중개가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중개계약을 체결하려면 의뢰인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의뢰인이 요청하지 않으면, 중개인은 어떤 계약서도 쓸 수 없고, 그저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중개를 시작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중개 시작과 법적 책임 간의 단절이 발생하며, 거래가 중개사 간 경쟁으로 전락하고, 중개의뢰인은 자신의 계약 형태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중개 과정에 휘말리게 된다.


또한 전속중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를 다른 중개사나 소비자가 인식할 방법이 없다. 중개인이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 외부에 표시하거나 광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복 중개, 무분별한 물건 중복 노출, 과잉 경쟁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결국 시장의 신뢰를 해친다.


제도 개선의 방향
이제는 중개사법도 바뀌어야 한다. 서면 계약이 의무화되어야 하며, 그 계약 형태에 따라 중개인의 역할, 보고 책임, 정보 공개 의무가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일본처럼 중개 개시 전에 반드시 계약서를 체결하고, 의뢰인에게도 내용에 대한 고지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중개인이 전속계약인지 일반계약인지를 외부에 명시하게 하여, 중개 질서를 바로잡고 중복 거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이는 거래 당사자를 위한 제도적 보호망일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마무리하며
선진국의 부동산 중개제도는 이미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고 있다. 계약서 없는 중개, 불명확한 책임, 중복 의뢰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1억 원, 10억 원에 달하는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는 단지 매물 소개자가 아니다. 그들은 거래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설계하고, 법적 책임을 짊어지는 전문가다. 그에 걸맞은 제도적 정비가 없다면, 아무리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홍보를 해도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공인중개사법」 제22조를 포함한 중개계약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은 **“계약서를 쓰고 중개를 시작하는 것”**이다. 신뢰는 서명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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