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대선 후 첫 공개 행보에서 12·3 불법계엄에 대해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우 세력에 동조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반탄파) 당대표 후보들이 우세한 상황에서 탄핵 찬성파(찬탄파) 후보들에게 힘을 실으며 단일화 등 결집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했다. 6·3 대선 이후 첫 현장 공개 활동이다. 그는 “어떤 길이 국민의힘 해산과 더불어민주당 일당독재를 막을 수 있는 길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당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가 잘못됐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불법계엄은 중대한 잘못”이라며 “국민의힘은 당대표와 상당수 국회의원, 보좌진이 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먼저 불법계엄을 막은 정당이기에 절대 위헌 정당이 될 수 없다고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한 전 대표는 “계엄은 정당하다거나 잘못이더라도 탄핵감도 안 되는 경미한 잘못이고, 계엄 유발에는 민주당 잘못이 크니 국민의힘 말고 민주당을 해산하라 하고,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아무 잘못 없다고 우기는 길이 있다”며 이를 “잘못된 판단”으로 규정했다.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불법계엄을 옹호하며 극우 세력에 편승하는 반탄파 후보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전날 당대표 선거 첫 TV토론에서 ‘윤석열 어게인’ 등 극우 옹호 발언을 쏟아낸 다음 날 찬탄파 진영의 목소리를 키우려는 모습이다.당내 찬탄파 세력의 주축인 한 전 대표가 찬탄파 당대표 후보들의 연대를 촉구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당원 투표가 80% 반영되는 본경선 국면에서 여론조사상 앞서고 있는 김문수·장동혁 후보에 맞서기 위해 찬탄파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그간 친한동훈계 조경태 후보의 ‘혁신 후보 단일화’ 요구에 선을 그어온 안철수 후보가 이날 같은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한 전 대표 발언은 안 후보를 향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에 대해 “당의 혁신과 변화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한 전 대표가 첫 공개 행보 지역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한 광주를 선택하며 본격적인 장외 행보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호남으로 외연 확장을 말하는 게 우리가 전국 정당화되고 진짜 견제 세력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TK) 중심의 당 주류와 차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한 전 대표는 지난달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에서 극우 세력에 맞선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고 “현장에서 국민·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현장은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다수 참석해 환호하는 등 한 전 대표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