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간) 신당 ‘아메리카당’ 창당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글을 올려 “낭비와 부패로 국가를 파산시키는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당 체제에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됐다”고 밝혔다.머스크는 트럼프표 대규모 감세안을 담고 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 반대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전날(미 독립기념일) 소셜미디어에서 창당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머스크는 “(찬반) 2대1의 비율로 여러분은 새 정당을 원하고 있고, 따라서 그것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머스크는 신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핵심 경합구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을 경선에서 낙오시키는 것을 공략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는 “전장의 정확한 위치에서 극도로 집중된 병력”을 동원해 “단일정당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전날 구체적으로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을 언급했는데, 상·하원에서 일정한 의석을 확보해 ‘캐스팅 보트’를 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당’인 공화당을 견제하는 제3당으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보인다.머스크는 아직 연방선거위원회에 공식적인 창당 절차를 밟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창당 관련 대화에 대해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정당을 통해 달성하려는 일에 대해 친구들에게 대화를 나눴으며, 대화 내용이 실용적이기보다는 개념적이었다고 보도했다.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전폭 지원한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면서 ‘2인자’ 위상까지 누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를 담은 감세법안을 계기로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했다.
머스크의 창당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지를 놓고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억만장자 머스크는 손쉽게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및 중간선거에서 약 3억달러의 후원금을 공화당에 쏟아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거액을 후원한 후보 대신 진보 후보가 승리하는 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DOGE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머스크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공화당 고액 후원자인 에릭 레빈은 더힐에 “머스크가 경쟁력있는(A팀) 후보들이나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근이자 마가(MAGA)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스티브 배넌은 “비미국인이 아메리카당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머스크 당신은 미국인이 아니라 남아프리카인이고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