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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도 '차이나 공습'…외국계 43곳 중 33곳 차지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6-25 00: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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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中, C커머스 업체 직접 진출 급증


중국 업체 A사와 20년 넘게 거래하며 인천에서 통관 업무를 하던 국내 중소 물류업체 B사는 지난해 돌연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A사와 새로 계약한 곳은 A사가 한국에 개설한 물류회사였다.


 매출의 70%를 A사에 의존하던 B사는 올해 초 폐업했고 A사가 한국에 세운 회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중국 물류업체가 한국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중국 물류사(화주)가 인천, 서울 등에 직접 물류업체를 설립해 통관·창고 업무에 뛰어드는 형태다. 짝퉁 거래, 택(tag) 갈이 등 편법을 동원해 국내 물류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속출하고 있다.

인천 북항에 있는 국내 물류업체 대표는 “중국 내에 한국 진출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중국 물류사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국내 등록 절차가 느슨하다는 것을 알고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등록된 외국계 국제물류업체 43개 중 33개 업체가 중국계였다. 같은 기간 서울시에 등록한 외국계 물류사 41개 중 중국계는 23개였다.

“别急, 一百万 韓币 注冊資金(조급해하지 마세요. 한국 돈 100만원이면 법인 설립 가능).”

한국에서 물류업 등록을 대행하는 브로커가 틱톡에 올린 홍보 영상 문구다. 3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국제물류업(국제물류주선업) 등록이 가능한데도 은행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단돈 100만원에 처리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40~60일이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해 한국에서 합법적인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중국 물류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로 느슨한 국내 등록 기준이 꼽힌다. 중국 물류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서비스 품질 저하와 덤핑 문제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워더(forwarder)로도 불리는 국제물류업체는 화주로부터 받는 화물을 대상으로 운송, 하역, 포장, 재고관리 등 다양한 수출입 절차를 담당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 시·도에 등록된 국제물류업체는 5382개에 이른다. 2020년 4724개에 비해 658개 늘어난 수치다. 원래 허가제로 운영되던 국제물류업체 제도는 1994년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요건이 완화됐다. 이어 1999년 지방자치단체로 등록 업무가 위임되면서 당시 700개 미만이던 물류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3년 단위로 진행되는 등록 갱신 절차 역시 허술하다는 게 물류업계의 주장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의 습격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에 상륙하는 중국계 물류업체는 더 늘고 있다. 특히 국제물류 업무 수요가 많은 서울, 인천 등으로 몰리고 있다. 한·중을 오가는 고속선 페리 등을 이용해 중국 화물 컨테이너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인천 북항 일대는 통관·창고 업무를 담당하는 물류업체의 상당수가 중국계 업체로 바뀐 상태다.

국내 물류업체 대표는 “중국 물류업계 사이에선 중국의 용달차 등록 절차에 비해 한국 물류업체 등록이 더 쉽다는 말까지 돈다”며 “한국은 중국과 달리 부가가치세 환급도 있어 중국 물류업체에 훨씬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된다”고 전했다.

중국 물류업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에서 지식재산권 위조 상품(짝퉁)을 들여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천 북항의 중국계 물류업체 C사는 짝퉁을 대거 수입해 세관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을 취급하는 국내 물류업체 D사는 최근 중국 선전의 물류사로부터 월 500t의 물량을 유치했다가 결제가 늦어져 본사를 찾아갔으나 이미 잠적한 뒤였다. D사는 60억원의 미수금을 해결하지 못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다른 물류업체도 지난달 중국계 물류사 두 곳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49억원을 떼였다.

미국이 중국발 전자상거래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을 경유하는 거점 물류 장소로 한국을 악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국내 물류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로부터 중국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택(tag) 갈이’ 할 수 있는 보세창고를 알아봐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받아 거절했다”며 “이런 일이 늘어나면 국제 신인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계 업체들이 15~20% 낮게 수수료를 부르면서 국내 물류업체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국제물류업체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4.9%로 전년(5.9%)보다 줄었다. 중국 업체에 밀려 문을 닫은 업체의 현장 종사자들이 중국 업체 일용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물류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원장은 “물류의 속성상 중국 화주나 물류업체가 다루는 물동량이 워낙 많은 만큼 시간이 갈수록 한국 물류 시장에서 주도권과 경쟁력을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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