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퇴직연금 의무화...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 추진
  • 추현욱 사회2부기자
  • 등록 2025-06-24 12:40:04

기사수정
  • 퇴직연금공단 새로 만들기로..3개월만 근무해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
  • 고용노동부, 2028년 입법에 나서는 안 보고




고용노동부가 적립금 43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公的)연금 성격으로 바꾸기 위해 5단계에 걸쳐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무화 작업이 끝나면 퇴직급여는 퇴직금(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3개월만 근무해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23일 국내 유력 매체 취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431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은 2050년이 되면 국민연금 규모를 추월하게 된다. 정부는 모든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받을 경우 노후 보장이 두꺼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업무를 위해 퇴직연금공단을 신설하고, 중도 인출을 막기 위한 세제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영세·중소 업체에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도입할 경우 재정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5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로자가 장기 근속에 대한 보상으로 받는 퇴직급여 제도에는 일시금으로 받는 퇴직금과 연금식으로 받는 퇴직연금 제도가 있다. 정부가 퇴직연금제를 의무화한다는 건 퇴직금 제도는 없애고, 퇴직연금제로 일원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노후 소득 보장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노후에 연금으로 장기간 받게 되면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금은 회사가 사내에 적립하기 때문에 회사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체불하면 못 받을 수도 있다. 반면 퇴직연금은 반드시 은행이나 증권사 등 사외 금융기관에 쌓아둬야 하기 때문에 못 받을 우려가 적다. 고용부는 업무 보고에서 이런 퇴직연금의 안정성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모든 사업장에 전면 의무화하면 충격이 클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예컨대, 300인 이상, 100~299인, 30~99인, 5~29인, 5인 미만 등으로 5단계에 걸쳐 확대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대기업부터 의무화한 뒤 점차 확대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지금도 300인 이상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7%(2023년 기준)에 달하지만, 5~29인 업체는 41.4%로 떨어지고 5인 미만은 10.4%에 그치는 상황이다. 30인 이하 업체가 자발적으로 조기 도입하면 부담금의 10%를 정부 예산으로 3년간 지원한다는 계획도 있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한다 해도 연금 개시 연령이 되기 전에 중간에 인출하는 사람이 많으면 제도 도입 의미가 퇴색된다. 퇴직연금은 중도에 인출하는 사유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지금도 주택 자금 등으로 중도에 인출하는 사람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막기 위해 20년 넘게 장기 가입 후 연금을 수령한 경우 세제 지원하는 방안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했다. 이와 함께 청년층에게 별도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개인이 일한 대가로 받은 임금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에 따른 중도 인출을 완전히 막을 순 없다”면서 “세제 혜택을 통해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금 운용 방식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금지됐던 퇴직연금의 벤처기업 투자를 허용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근로에 따른 임금 성격이 있는 만큼 투자처가 제한돼 있었다. 국내 비상장 주식 등의 투자는 불가능했는데, 앞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가능하도록 완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벤처기업 육성 등 효과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액은 11조9457억원이었는데, 퇴직연금의 투자가 가능해지면 시장 규모가 수배 불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퇴직연금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는 퇴직급여를 3개월만 일해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행 계획도 보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안전망 강화 및 노동시장 취약 계층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내년부터 비용·효과 분석과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 2028년 입법에 나서는 안을 보고안에 적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업무 보고에서 “퇴직금의 법적 성격, 영세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이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사측 설득 노력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리얼시그널' 웹사이트...부동산, 예금, 주식, 가상자산 보유 현황 확인 (사진=네이버db)[뉴스21 통신=추현욱 ]고위 공직자들의 실제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서비스 '리얼시그널'이 그것이다.리얼시그널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법관 및 검사, 군 장성 등 약 7000명의 자산 내역이 담겨 있..
  2. 태광그룹, 애경산업 지분 63% 4700억원에 인수...매매 예정일자, 내년 2월 19일 [뉴스21 통신=추현욱 ]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4700억원에 애경산업을 인수한다.AK홀딩스와 태광산업 등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권 양수도 방안을 승인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매각 대상 주식은 애경산업 보통주 1667만2578주다. AK홀딩스 보유주식 1190만4812주와 애경자산관리 보유주식 476만7766주다.이는 애경산업 전체 발행주...
  3. 제천 S목욕탕 여탕 냉탕서도 ‘인분’…남탕 이어 위생 논란 확산 충북 제천의 한 목욕탕 입구에서 대변을 본 혐의로 40대 남성이 입건된 가운데, 같은 지역의 또 다른 목욕탕에서도 인분이 반복적으로 발견돼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제천시 청전동의 S 목욕탕을 이용 중인 A(여) 씨는 “최근 냉탕에서 인분이 떠다니는 일이 잇따랐다”며 “지금까지 8차례나 이런 일이 있었지만, 누가 그런 짓을 ...
  4. 제천시, 11월 3일부터 자체 경제활력지원금 지급 시작 충북 제천시가 지역 내 소비 촉진과 경기 회복을 위해 ‘제천시 자체 경제활력 지원금’을 오는 11월 3일부터 지급한다.지원금은 제천시민 1인당 20만 원,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은 30만 원이 지급된다.지급대상은 10월 10일 기준 제천시에 주민등록이 있는 시민, 그리고 제천에 체류 중인 결.
  5. 파주시, ‘제7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 11월 1일 개최 파주시는 오는 11월 1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운정호수공원 일원에서 ‘제7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를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올해 불꽃축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며, 오후 7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7시 35분 ‘불꽃쇼’와 ‘불빛정원’이 이어 진행될 예정이다.파주시는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
  6. 몸속의 불멸 코드 — 2025 노벨의학상이 밝힌 '면역의 오해' [뉴스21 통신=홍판곤 ]2025년 10월 6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포럼에서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메리 E. 브룬코우, 프레드릭 J. 램스델, 시키몬 사카구치 세 명을 선정했다. 그들이 밝혀낸 것은 우리 몸속의 '면역 브레이크', 즉 조절 T세포였다. 면역은 단순히 싸우는 기능이 아니라, 싸움을 멈출 줄 아는 지혜를 ...
  7. 무안군, ‘2025 어린이집 튼튼 신나는 운동회’ 성황리 개최 [뉴스21 통신=박철희 ]전남 무안군(군수 김산)은 지난 24일 무안군종합스포츠파크에서 ‘2025년 어린이집 튼튼 신나는 운동회’를 성대히 개최했다고 밝혔다.이번 행사는 김산 군수를 비롯해 서삼석 국회의원 배우자 정옥금 여사, 이호성 군의회 의장, 군의원, 주요 기관·사회단체장, 어린이와 학부모, 교직원 등 3,500여 명이 함께하.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